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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신당 몰라" 25% … 여론조사의 함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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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새로운 이슈나 사건이 발생하면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하곤 한다. 지난 2일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통합신당 창당을 선안한 뒤에도 여론조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결과가 들쑥날쑥하다. 중앙일보의 3일 조사에선 야권 통합신당이 35.9%를 기록해 새누리당(40.3%)에 바짝 다가선 지지율을 기록했다. 직전 여론조사(2월 21~22일)에서 나타난 민주당(11.1%)과 새정치연합(13.9%)의 지지율을 더한 것보다 10.9%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7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는 야권 통합신당 지지율이 31%에 그쳤다. 이 기관의 열흘 전 조사(2월 24~26일) 땐 민주당(15%)과 새정치연합(18%) 지지율의 합이 33%였는데, 오히려 2%포인트 빠졌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날까.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유력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강원도 시골마을을 찾았더니 어떤 할머니가 바로 자신 앞에 서있는 이 시장을 몰라보고 “이명박이 누군지 얼굴 좀 보자”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할 게 아니다.

 3일 중앙일보 조사에서 야권 통합신당 창당 선언을 “처음 듣는 얘기”라고 답한 사람이 964명 중 237명(24.5%)이었다. 스마트폰을 거의 하루 종일 쓰면서 포털이나 각종 앱으로 온갖 뉴스를 실시간으로 접한다는 20대의 39.1%가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정치뉴스에 밝다는 60세 이상에서도 22.8%가 “처음 듣는 말”이었다. 야권 통합신당 추진을 몰랐던 조사 대상자들에겐 어떻게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이런 식이다.

 “지난주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함께 신당을 만들기로 했는데, ○○님께선 새누리당, 통합신당, 통합진보당, 정의당 등의 정당 중 어느 정당을 지지하십니까”라고 물어볼 때다. 앞의 설명(“지난주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함께 신당을 만들기로 했다”)이 조금 떨어져 등장하는 통합신당에 대한 설명인 줄 모르는 응답자들이 상당수였다.

 질문을 이렇게 고치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에는 새누리당,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함께 만들기로 한 통합신당, 그리고 통합진보당, 정의당 등이 있습니다. ○○님께선 어느 정당을 지지하십니까.” 이 경우엔 야권 통합신당이 ‘민주당+안철수’의 결합임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중앙일보는 응답자에게 두 질문을 다 던져봤다. 두 번째 질문대로 했을 때 통합신당의 지지율이 10%포인트가량 더 올라갔다. 3일 조사가 그런 결과였다.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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