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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의 투자 「마인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기의 향배와 가장 직접적인 관련을 가진 기업의 시설 투자가 계속 정체 상태에 머무르고 있음은 주목할만한 현상이다.
5월 들어 경상 거래가 17개월만에 흑자로 반전하는 등 몇가지 경제 지표에서 호전이 이루어져 종합적인 경기 지표가 약간의 상승 기미를 나타낸 것은 매우 고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 같은 동향을 보고 성급한 관측자들은 우리의 경제가 이제, 일단 경기의 바닥을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단정하고 있으나, 사태는 아직도 유동적이며 침체 상태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의 설비 투자는 경기 관련 제 지표 중에서도 선행성이 강하여 경기를 주도하는 것이므로 항상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래서 진작부터 기업가의 투자 의사 여부를 경기 예측의 주요 자료로 삼고 있지만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이른바 기업가 「마인드」는 매우 복합적인 요인들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일반적인 경쟁 상태 하에서라면 우선은 이자율과 자본의 한계 효율을 형량 하겠지만 급속한 구조 변화를 겪고 있거나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현실적인 투자는 보다 다양한 사회 경제적 변수에 의해 지배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변수의 상당 부분은 경제 외적·심리적 요소가 차지하는 것도 일반적이다. 자본의 효율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주관적인 장기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근본에서는 불안정적인 것이랄 수 있다. 이처럼 기업투자는 제 결정 요인의 변화에 민감하므로 항상 보수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민간 기업의 투자 성향이 전반적으로 소극적인 경향을 띠게 된 것은 그 동안의 과잉 시설이나 정부의 긴축 정책에 따른 자금 「사이드」의 경색, 또는 노임·원자재 등에서 애로를 겪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아직도 경제 전망을 불투명한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경련이 조사한 바로는 기업이 시설 투자를 꺼리는 이유 중 18·3%가 전망의 불투명을 들고 있고 시장 부족이 18·4%, 수지 악화가 역시 18·4%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경기가 호전되고 있는 수출 업종에서도 29·3%가 불안정한 전망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음을 볼 때 가까운 시일 안에 시설 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더욱이 기업에 대한 여신 관리가 강화된 이후, 주요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억제하고 기존시설의 보완·대체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변화라 하겠다.
기업가들이 유동적인 요소로 간주하는 것 가운데는 해외 시장이나 국제 경제 여건의 불안정이 주종을 이루겠지만 투자·생산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 외적·심리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불황의 심도가 지난날 경기롤 지나치게 악관한 나머지의 분별없는 투자와 시설 과잉으로 인해 더욱 깊어진 점을 생각하면 투자 활동을 보다 신중하게 운영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경제 또는 경제 외적 여건이 기업가의 투자 「마인드」를 지나치게 신중하게 묶어 두는 작용을 함으로써 전반적인 투자 활동의 위축으로까지 진전되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제반 불확정 요인이 안정화 추세로 접어들게 되면 경기 회복의 관건은 활발한 민간 투자가 어느 정도로 이루어지느냐에 달려 있으므로 이를 적극 지원하는데 인색치 말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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