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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승용차와…「시온성주」2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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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시온성주」의 프린스. 환락가의 뒤안에 널리 알려진 재벌급 시온·그룹의 2세 박동명씨(31)가 끝내 검찰에 외화유출혐의로 걸렸다. 무려 26만5천여 달러(한화 1억3천2백50만원 상당)를 국외에 빼돌린 박씨를 뒤쫓아 대검수사반이 10일 상오5시30분 그의 R맨션·아파트(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15동301호를 급습했을 때 박씨는 소문난대로 이날 밤도 인기상승의 신인여배우 강 모양(20)과 알몸으로 어울려 침대에 깊숙이 파묻혀 있던 중이었다.
40평짜리 맨션 안의 침실에는 마시다 만 시바스·리갈(고급 스카치·위스키의 일종)병이 놓여있었고 오린지·주스 잔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녹음기에는 섹스·캐트리지가 걸려있는 채 꺼져있었다. 응접세트는 싯가 2백만원을 홋가하는 이탈리아제. 장롱 속에는 각국의 실크·와이샤쓰가 52벌, 넥타이가 3백81개, 이탈리아 비제바노 리갈 구두 등 고급구두가 26켤례, 아직 총각신분인데도 어울리지 않게 여자용 목걸이가 40개, 핸드백이 73개, 팔찌가 20개 등… (박씨는 자신의 장신구만 2천여만원어치가 된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시온·그룹 산하회사의 대표 또는 시온합섬의 무역부장직을 갖고있는 그는 실상 상용과는 별 관계없이 1년이면 10여차례 외국여행을 하면서 그때마다 로스앤젤레스 뉴요크 등지 은행에 거액의 달러를 불법 유출해왔다는 것. 검찰은 이같은 혐의를 진작부터 추적해왔었다. 73년5월 하와이에서의 일.
그가 이른바 「환(환)치기」수법으로 일본 동경에 있는 외국인 바이어로부터 8만달러를 받아 뉴요크로 가던 중 하와이의 호놀룰루 세관에 체크됐었다. 박씨의 대형여행가방을 열어본 세관의 감시과장은 가방에서 고액권으로 8만달러가 쏟아져 나오자 눈을 크게 뜨며 『당신은 코리아의 갱이 아니냐』고 놀라와했다 한다.
이때 박씨는 영문으로 된 명함을 보였으나 계속 의심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고 『마약밀매자금이 아니냐』며 추궁당해 『무역회사의 지사설립자금』이라고 변명하며 각서를 쓴 다음 겨우 통관되기까지 했다한다.
검찰조사에서 박씨는 자신의 취미를 최고급승용차를 갖는 것과 미녀들과 어울리는 것이라고 순순히 털어놨다.
그의 측근들 말로도 그의 고급자동차에 대한 집념은 도를 지나쳐 광적이라는 것. 작년12월 주한터키대사관 직원을 통해 3만달러를 주고 독일제 벤츠450을 사들여왔으나 통관세가 3천만원이 넘자 이를 일본 선박편으로 미국에 보냈고, 이를 타기 위해서 지난 5월1일 출국, 5윌30일 다시 입국하기까지 미국에서 스피드를 즐겼다.
현재 검찰에서 압류중인 독일제 오스틴 스포츠·카(싯가 1천6백만원)도 박씨 자신의 말로는 한국에 1대뿐이라는 것.
박씨는 바로 이 고급승용차와 뚜장이 역할을 해온 문 모·정 모 여인 및 자신의 보디가드 2명의 조력으로 숱한 연예계 미녀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고 한다.
검찰의 첫 심문에서 박씨는 그가 상대했던 톱·클라스의 영화배우 Y모양·U모양·J모양·C모양·K모양·O모양 등 10여명의 이름을 술술 털어놓고는 『이제는 모두 일류배우들이 됐다』고 겸연쩍어했다.
그의 주변사람들은 그가 상대한 영화배우·TV탤런트·패션·모델 둥 연예계 미녀들이 줄잡아도 1백여명은 되리라고 입을 모으고있다.
H공대 전기과를 나온 그는 소문난 미녀킬러로 여러차례 수사당국의 경고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항간에서는 K모·N모씨 등 몇몇 부유층 아들과 함께 환락가를 주름잡는 『7공자 클럽』으로 부를 만큼 소문나있다.
그는 각종매스컴에 등장되는 미녀급이면 기어이 손을 대고 마는 돈·환 기질이 있다는 것. 으례 『시온공장의 직매점을 차려주겠다』 『대리점을 경영토록 해주겠다』는 등 감언이설로 끌어들이기도 했고 또 그의 단골뚜장이인 문 모(일명 문 집사)·정 모 여인들이 대학가를 돌아다니며 『재벌집 규수를 고른다』며 유혹해온 아가씨들도 농락해왔다 한다.
지난 5월30일 귀국한 이래 검거되기까지 10명의 미녀를 상대했으며 하루에 두 여자를 다루기도 했다고 한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그는 숱한 여인을 농락하면서도 거의 현금을 주지 않는 편이며, 대부분 외국에서 사와 장롱에 처박아둔 핸드백 목걸이들을 돈 대신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돈을 준 것은 현장에서 잡힌 강 모양의 경우가 처음이라고 진술했다. 강양은 지난3월 T영화사에서 공모한 모 영화배우 선발 때 준당선한 신인배우. 박씨로부터 동침댓가로 현금 8만원, 4백달러짜리 팔찌, 은반지 4개, 금목걸이(모조품) 1개를 받았다고 했다.
연전에 생모가 죽고 박 장로가 재혼하자 박씨의 방랑은 더욱 심해져 73년10월에는 대규모 마작단에 끼였다가 2천만원을 날리고 경찰의 수배를 받기도 했으며 근래에는 국내재산을 정리, 지난3월에 영동의 1억2천만원짜리 대지를 처분했고 현재 살고있는 아파트도 다른 사람에게 넘겼으며 도봉구 창동소재 태광실업(싯가 4억원)도 곧 처분, 미국에 영주할 준비를 하고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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