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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식민지 사관 극복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미술사학회 등 7개 사학회는 30, 31일 이틀동안 동국대학교에서『광복30주년, 한국사학계의 반성과 방향』이라는 주제로 제18회 전국 역사학대회를 갖고 올바른 한국사의 정립과 평가를 위한 반성과 전환을 모색했다. 40여명의 학자가 참가, 5개 분야로 나뉘어 발표를 한 이 대회에서 주로 관심의 초점이 된 한국사학의 문젯점과 바람직한 연구 방향을 한국사」와「고고학」부문의 주제 발표를 맡았던 강만길(고대), 윤무병 교수(충남대)의 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간추려본다.
해방 후 30년 동안의 국사학의 업적은 크게 사론적 측면과 실증적 측면으로 대별할 수 있다.
사론 면에서 주류를 이루어 온 것은 민족사학이었다. 특히 근년에 들어 재래의 국사교육과 고유문화에 대한 연구방법이 비과학적이라는 반성과 함께 자주성을 자각하고 일제식민지 사관을 극복해야한다는 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아직도 식민사관의 극복과 사론의 정립문제가 한국사의 가장 큰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국 역사학 대회가 작년과 올해 2년 동안 계속『한국역사학계의 반성과 방향』이라는 주제를 채택한 것이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지난30년 동안 국사학계가 사론 면에서 당면했던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근대화론을 포함한 민족사학 문제였다』는 강만길 교수는 국사학이 민족주의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 왔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시기의 민족사학의 수용자세를 되돌아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그러나 민족사학의 수용자세는『그 사학사적 성격과 시대적 한계성에 대한 충분한 비판과 분석을 결여한 채「독립운동의 일환으로서의 국사학」, 「주체적 사관에 입각한 국사학」의 단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음』을 비판하면서 이 같은 피상적 민족사학론 때문에 때로 민족사학의 부정론이 나오기도 했고 국사학의 진로가 벽에 부닥친 느낌도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국사학계에 아직도 당면한 과제의 하나인 이 민족사학문제는『일제에서의 국권회복을 위한 국민주의적「내셔널리즘」사학이 아니라 통일을 과제로 하는 민족주의적「민족사학」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그 방향을 제시했다.
사실 일제식민지 학풍에 찌든 일부학자들의 옹고집 때문이었다고도 하지만 그처럼 고조돼온 민족사학의 업적이나 성과는 별것이 없다. 중·고 국사교과서를 전면 개편하는 추진력이 됐었다는 정도가 그 업적이다.
고 홍이섭 교수와 함께 식민사학 극복을 앞장서 역설해 온 김철준 교수(서울대)는 최근의 저서『한국고대사 연구』의 서문에서『우리 국사학의 수준은 아직도 우리 민족과 사회가 당면한 현실적 과제가 어떤 것인지 명확히 제시할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사학계는 정학한 정치의식·사회의식에서 도피한 자료정리 치중의 문헌 고증학과 경제사적 방법에만 매달려 온 후진성을 시급히 탈피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는 반대로 보증적 측면에서의 국사학의 업적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구석기시대의 발전과 청동기시대의 확정, 실학의 발굴과 개항 전 이조후기사회에 대한 재인식 등은 두드러진 업적이다.
공주 무령왕릉, 경주98호 고분발굴 등과 서울 암사동, 광주 미사리 등의 본격적인 발굴로 고고학 분야의 활발한 연구는 최근 사학계의 괄목할 만한 발전의 하나.
윤무병 교수는 고고학분야에서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로『학술보고서의 빠른 발간, 기초영역에 대한조사의 선행, 고분연구를 고대사 연구에 정착시키는 일』등을 지적했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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