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세 전면 재검토 … "국산차 역차별 없게 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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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역차별 논란을 불러온 저탄소차 협력금(탄소세)이 원래보다 훨씬 줄어든다. 탄소세 부과 대상이 대부분 국산차여서 매출 타격이 우려된다는 자동차업계 의견을 정부가 받아들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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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2013년 12월 12일자 1, 8면 참조>

윤상직(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산차 구입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환경부와 협의해 봐야겠지만 큰 틀에서는 탄소세가 (환경부의) 원안보다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안대로 제도가 시행됐을 때 결과적으로 수입차가 혜택을 받고, 국산차는 피해를 보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탄소세 시행을 하지 말거나 연기해야 한다는 업계의 주장에 대해서는 “계획대로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준치(㎞당 126g) 이상인 저연비 차량 구입자에게 1대당 25만~700만원의 탄소세를 물리는 제도다. 환경부가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동안 자동차업계는 “탄소세가 너무 많아 국산차 점유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환경부가 정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을 적용하면 대다수 국산차는 저연비 차량으로 분류돼 탄소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에서 인기 있는 수입차 상당수는 고연비 차량으로 인정받아 탄소세를 안 내는 대신 50만~300만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예를 들어 비슷한 가격대에서도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를 사면 100만원의 탄소세를 내야 하지만, 도요타의 프리우스를 사면 3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국산차는 가격이 오르고, 수입차는 가격이 내리는 셈이다.

 산업부는 환경부·기획재정부와 협의해 다음 달까지 수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3곳의 국책연구기관(조세재정연구원·산업연구원·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공동연구 용역을 맡기기로 했다. 산업부가 구상하는 수정안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탄소세는 지금보다 내린다. 쏘나타에 붙는 탄소세가 크게 내려가는 것은 물론 700만원으로 정해져 있던 에쿠스의 탄소세도 훨씬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는 탄소세 부과 대상 차종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럴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치를 지금보다 올려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는 엑센트·i30와 같은 중소형차에도 25만원의 탄소세가 붙도록 돼 있다. 하지만 수정안이 마련되면 중소형차는 면제 대상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방안은 지난달 17일 윤상직 장관의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방문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당시 쌍용차 노사는 “탄소세 제도 시행으로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제도 개선을 호소했다. 윤 장관은 “회생한 지 얼마 안 된 기업이 새로운 제도 때문에 또다시 타격을 입어서는 안 된다”며 “환경부도 원칙적으로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제도 개선에 뜻을 같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저탄소차 협력금=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저연비 차를 살 땐 부담금을 매기고, 배출량이 적은 고연비 차를 사면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탄소세로도 불린다. 연비가 좋은 소형차·친환경차 비중을 늘리기 위해 5개 나라(프랑스·오스트리아·벨기에·덴마크·싱가포르)가 도입했다. 한국은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의 후속 조치로 내년부터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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