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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구줌마냐 쓴소리냐 … 박지성 이을 월드컵 주장 후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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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캡틴 박’ 박지성(33·에인트호번)은 없다. 베테랑 공백을 걱정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축구대표팀에는 나이가 어려도 속이 꽉 찬 주장 후보들이 있다. 구자철(25·마인츠)과 이청용(26·볼턴)이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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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명보(45) 감독 체제에서 구자철·이청용·하대성(29·베이징 궈안)·이근호(29·상주 상무) 등이 주장 완장을 찼다. 해외파를 포함한 정예 멤버가 구성됐을 땐 구자철과 이청용이 리더를 맡았다. 기량과 리더십을 모두 갖춰야 주장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가교 역할은 물론 벤치 멤버들의 애환까지 이해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모나지 않은 성격의 구자철과 이청용은 실력에 경험까지 갖춰 주장으로 제격이다.

 구자철은 홍 감독의 의중을 잘 파악하는 선수다. 리더로서 조직력과 콤비네이션, 전방 압박 등 홍 감독의 축구 철학을 가장 잘 구현한다. 홍 감독은 자신이 지휘한 2009년 20세 이하(U-20) 월드컵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 런던 올림픽 모두 구자철 왼팔에 주장 완장을 채웠다.

 구자철은 홍 감독이 추구하는 ‘원 팀(one team)’을 만들 수 있는 적임자다. 구자철은 아줌마처럼 주변을 세심하게 챙긴다고 해서 별명이 ‘구줌마(구자철+아줌마)’다. 2007년부터 4년간 K리그 제주에서 활약한 구자철은 독일에서도 친정팀 제주 경기를 챙겨볼 만큼 K리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국내파와 해외파의 간극도 줄일 수 있다. 이청용도 “현 대표팀에는 아시안게임·올림픽에서 많은 선수와 코치진이 올라왔다. 스타일을 잘 알고, 코치진과 가장 잘 소통할 수 있는 자철이가 최고의 주장감”이라고 말했다.

 이청용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이후 지난해 11월 스위스전(2-1 승리)에서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찼다. 이청용은 조용하지만 당당한 리더다. 박지성이 가장 아끼는 후배답게 비슷한 면이 많다. 조용한 성격의 이청용은 그리스 현지훈련이 시작되자 말이 많아졌다. 미니게임에서 함께 공격 호흡을 맞춘 박주영(29·왓퍼드)과 의견을 나누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이청용은 후배들에게도 스스럼없이 조언을 건넸으며 다들 이청용의 말에 귀를 활짝 열었다.

 사실 이청용은 전면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다. 박지성도 27세였던 2008년 처음으로 대표팀 주장 제의를 받았을 때 난색을 표하다 수락했다. 하지만 박지성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리더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이청용은 이미 박지성처럼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네이마르(22·바르셀로나)를 거칠게 수비하며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청용의 측근은 “대표팀의 다른 선수들이 네이마르를 거칠게 막는 역할을 부담스러워해서 이청용이 총대를 멘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팀 분위기가 어수선했을 때 쓴소리를 던진 선수도 이청용이었다. 그는 지난해 3월 카타르전 직후 “대표팀에 대화가 부족하다”며 ‘돌직구’를 날렸다.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선 껄끄러운 말도 할 줄 안다. 지난해 11월 스위스와의 평가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장면도 결정적일 때마다 한 방씩 터뜨렸던 ‘캡틴 박’을 연상케 했다.

아테네=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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