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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와 일본의 안정보장|일본 방위전략의 역사적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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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 정부는 일본방위를 위해 한국이 절대 불가결하며 따라서 한반도 전역이 공산화되면 일본의 방위전개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본의 방위전략은 한국·「오끼나와」·일본본토가 일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삼고있다고 일본방위당국의 고위 소식통이 밝힌 바 있다. 일본이 한·미·일 안보체제를 유지하고 4대국의 상호승인에 의한 현상 고정을 지지하는 것도 결국은 한반도에서 강대국이 현재의 세력균형을 유지하면 일본의 안전이 확보된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가령 미·일 안보조약이 폐기된다면 일본은 자력으로라도 이 일본의「이익선」인 한반도를 확보키 위해 재무장하게될 것이며 이는『한반도가 남북 어느 쪽에 의해 통일되더라도 일본에의 잠재적 위협이 되는 만큼』(한 군사전문가)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것이다. 즉 한·미·일 삼각안보체제로 한·일간의 무력충돌 가능성을 배제하는 동시에 미·일의 대한 직접지원 및 미·소간의 「데탕트」를 외연하는 미·중, 일·중 접근에 의한 간접적 북한 견제로 한반도의 세력균형을 유지, 「이익선」을 확보해야겠다는 것이 지금 일본의 기본전략이라 할 수 있다. 다음은 익명을 요구하는 일본 방위청 고위 소식통이『한반도와 일본의 안전보장』이란 제목으로 이 같은 일본정부의 방위전략의 역사적 배경을 고찰한 논문을 간추린 것이다.
일본이 한반도를 보는 눈은 그 시대 그 시대의 일본의 국력과 한반도 주변정세에 대응해서 다양한 변화를 보여왔다. 그러나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공통되었던 것은 일본 자신의 이해관계와 한반도의 존재가 극히 밀접히 연관돼있다는 기본적 인식이다.
안보「사이드」에서 본 한·일간의 충격적 접촉은 역사적으로 보면 원의 일본침공, 임진왜란, 일청·노일전쟁, 그리고 한·일 합방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은 일본이 피동적이건 능동적이건 간에 언제나 일본에 대한 한반도의 역할을 극히 중요시 한 점을 말해주는 것이다.
다만 중요시한 이유만은 그 때마다 내용을 달리해왔다. 일본의 국력이 열세에 놓이고 몽고가 중국을 제패했을 때 한반도는 원의 일본침공「통로」로 「클로즈업」되었으며 반대로 일본국내가 통일되었을 때 풍신수길은 명나라 공격을 위한「통로」를 요청, 거절당하자 한반도를 침공했다.
근세에 들어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평가는 종전의 「통로」개념에서 「이익선」사상으로 바뀌었다. 1884년의 한·일 교섭에서 「이노우에」전권공사는 김홍집 전권대표에게『일본의 국방은 조선이 독립 불가침의 나라로서 건재하는 것이 요건이다. 조선이 제3국의 세력 하에 들어가면 일본국방의 제일선이 위태로와 진다』고 주장했고 1890년, 당시의 일본수상 「야마가다」는 시경연설에서 『「이익선」이란 국경을 뜻하는 주권선의 안전에 밀접히 연관되는 구역이며 일본의 「이익선」의 초점은 한반도』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청·노일전쟁은 이러한 일본의 「이익선」으로서의 한반도가 청 또는 노의 세력권에 들어감으로써 일본의 안보가 위협받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는 일본의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노일전쟁에 승리하자 일본의 국방사상은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되고 이에 따라 한반도의 역할도 「이익선」에서「공격적 대소전개를 위한 근거지」라고 밝히고 다시 만주사변, 일중전쟁, 2차대전 때는 대륙 침공을 위한 「통로」또는 「지원후거」가 되었다.
그러나 패전 후 국방계획이 수세로 반전하면서 한반도관 또한 다시금 「이익선」이란 인식으로 환원되어 지금에 이르고있는 셈이다.
1961년 「이께다」수상은『부산이 적화되면 일본의 치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국의 반공체제에 대해 일본은 중대한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것이 1969년 「닉슨」-「사또」공동성명에서 『한국의 안전은 일본자신의 안전에 긴요하다』는 「한국조항」으로 표현되어 「이익선」사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한반도가 일본방위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일본은 해군력을 충실히 함으로써 고유의 영토를 방위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1903년 「야마모도」해상) 는「이익선」사상에 대립하는 주장도 제시됨으로써 이렇듯 상반하는 국방정책상의 기본적 이념대립이 꾸준히 있어왔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얼마전 일본의 한 야당인사가 『「사할린」과 북해도가 극히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어도 소련이 일본을 침략할 절박한 위험은 없지 않으냐.
따라서 한반도가 적화돼도 염려할 것은 없다』고 주장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반이익선론」의 흐름을 계승한 견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명치기 이후의 일본군부의 대세는 「이익선」사상을 지지하는 것이었으며 이와 관련 밑에 다양한 대한반도 포석을 해왔고 현재의 일본정부도 혁신세력의 반론을 배제하고 「이익선」을 고수키 위해 한국을 지원해야한다는 정책노선을 채택하고있으며 월남사태 이후 그러한 자세를 보다 굳히고 있다는 갖가지 징후가 이미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동경=박동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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