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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코트를 휘젓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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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가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4강전(5전3선승제) 첫판에서 LG를 눌렀다.

TG는 23일 창원 원정경기에서 허재(13득점.7어시스트)의 현란한 경기 운영과 김주성(17득점.15리바운드)을 앞세운 '높이'의 우세를 발판으로 LG의 막판 추격을 74-71로 따돌렸다.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고도 3위 TG에게만은 시즌 전적 1승5패로 뒤진 LG는 다시 무릎을 꿇었다. 두팀의 2차전은 25일 창원에서 열린다.

양팀 스타팅 멤버 가운데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국내 선수는 모두 중앙대 출신이었다. 최고참인 '84학번' 허재(TG)부터 막내둥이인 98학번 김주성(LG)까지. 그들은 20년여에 걸쳐 전성기를 구가한 '드래곤 바스켓(중앙대 농구부의 애칭)'의 영광을 떠올리게 했다.

'중앙 농구'는 반 고흐의 그림과도 같이 강렬한 개성으로 한번 보면 잊지 못할 최고의 플레이로 코트를 거대한 캔버스처럼 수놓았다. 때로는 원근법마저 생략해버리는 고흐의 그림에서 힘찬 '선'이 조형미를 지켜내듯 개성의 소용돌이 속에 흐름을 만드는 그 무엇, 거기에 허재가 있었다.

호흡이 가쁘다며 스스로 교체를 요청, 벤치로 돌아갔던 허재가 돌아온 2쿼터 7분쯤 전황은 최악이었다. 28-18로 밀려났던 LG가 조금씩 따라붙더니 28-29로 스코어를 뒤집어버렸다. 속공과 중장거리포를 이용한 난타전에는 전혀 뒤질 게 없는 LG였다. 속공으로 경기를 시작한 허재는 방식을 바꿨다.

춤추는 듯 리드미컬한 드리블에 이어 굵게굵게 골밑으로 연결하는 볼의 흐름은 TG와의 골밑 대결에서 열등감을 지우지 못한 LG를 압박했다. 수비가 골밑으로 집중되면 시원스런 외곽슛으로 요리했다. 3쿼터는 허재의 쿼터였고 TG는 57-44로 리드했다.

LG는 막판에 추격 기회를 잡았다. 종료 2분을 남기고 정종선의 자유투로 67-66으로 뒤집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허재에게 당했다.

허재가 자유투 2개를 넣고 양경민의 점프슛을 어시스트하면서 LG의 오름세가 꺾였다. 30여초를 남기고 72-67로 앞선 TG 선수들의 얼굴에는 승리를 확신하는 여유가 가득했다.

창원=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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