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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무역상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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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날로 치열해 가는 세계수출시장에서의 각축은 무력을 동반하지 않는 총력전이다. 개개기업의 이익과 국가이익이 전적으로 합치되는 무역전쟁에서 이기는 길은 보다 기민한 시장정보와 경쟁력의 확충, 다각적인 지원이 최적의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가능하다.
석유파동이후 더욱 각박해진 수출여건은 지금까지의 틀에 박힌 전략이나 행정지원체제만으로는 좀체로 뚫고 나가기 힘든 장벽을 세계 도처에 구축해놓고 있다. 이리하여 60년대 후반이후 가장 심각한 시련을 겪고 있는 수출「드라이브」정책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정부와 업계도 함께 비상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지만, 이를 위해 연내의 과제이던 종합무역상사의 설립이 이제 비로소 실현을 보게 된 것이다.
수출환경이 어려워질수록 그에 비례해서 무역회사의 전문화·대형화가 더욱 절실하다는 점은 널리 인식되고 있는바와 같다.
보다 폭넓은 시장과 연결되어 있고 광범위한 정보망으로 잘 조직되어 있는 전문적인 무역상사의 필요성은 이웃 일본의 경험에서 보듯이 우리에게도 매우 시급한 요청이었던 것이다.
종합무역상사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50여 개의 이른바 「종합상사」들이 세계 도처에서 잘 훈련된 시장정보조직을 활용, 『「미사일」에서 라면까지』에 이르는 다양하고도 폭 넒은 무역업무를 펴고 있는 것은 그 좋은 본보기다.
우수한 경쟁력을 갖고도 자체시장을 확보하지 못해 대외수출의 상당량을 이들에 의존 해온 우리로서는 자체시장과 판매망을 보유하는 일은 매우 큰 뜻을 갖는다.
시장의 협력화와 국제거래 형태의 다양화 경향은 필연적으로 다각적이고도 전문화된 「마케팅」기능을 요구하게 됨으로써 종합상사는 수출입업무 이외에도 자원개발이나 투자·유통업무부문에까지 진출하게 마련이다.
이를 위해서는 거대한 자본력은 물론, 제조·금융·유통·개발 등 종합적인 기능을 수행할 만큼 충분한 경험과 해외정보망, 숙련된 전문가들이 필요할 것이므로 정부의 종합상사 선정기준이 매우 엄격함은 오히려 망연하다 할 것이다.
자격요건만 갖추어지면 연내로 4, 5개의 종합무역상사가 인가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하루속히 이들 상사들이 제 기능을 발휘, 폭 넓은 해외활동을 벌임으로써 수출시장의 다변화가 이룩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의 노력 못지 않게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군소 무역회사의 난립을 막기 위해서는 등록 또는 자격유지조건의 강화도 필요할 것이고, 금융·세제 면의 지원은 물론, 현재 구상중인 국제입찰·특수지역개발 등에의 우선권부여도 하나의 지원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가지 우려되는 바는 생산과 수출이 분리됨으로써 본래 목적의 하나인 중소기업과의 효율적인 계열화가 이루어지는 대신 거대상사의 중소기업 지배 또는 잠식이 합리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산업 정책적으로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 없는 것이므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하겠다.
일단 종합상사로 선정된 업체로서는 그들이 맡아야할 방대한 업무, 특히 아직도 경험이 일천한 부문인 해외「파이낸싱」이나 해외개발투자업무 등 기능의 다각화에 상부하도록 업무 면의 숙련에 더욱 힘써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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