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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팬텀」기 공장 기숙사에 추락|어제 하오 부산서 공중 고장 일으켜…조종사 2 명은 탈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부산】15일 하오 7시40분쯤 부산시 부산진구 괘법동 649 한국「그라비야」공업사(대표 문수현·41) 기숙사에 미 공군F-4「팬텀」기 1대가 추락, 공장 정문 수위 전용배씨(47) 일가족 4명을 비롯한 종업원 등 11명이 사망하고 조동원군(15) 등 5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고「팬텀」기는 한국 공군○○기지를 떠나 모기지인「오끼나와」로 비행 중 경남 양산군 양산면 물금 상공에서 고장을 일으켜 조종사「팀·키니」중위(24)와 부조종사「그래드리·호프먼」중위(27)는 낙하산으로 비상 탈출, 기체만 4km떨어진 부산진구 사상 공업단지로 날아와 추락한 것.
이 사고로 건평 1백여평의 「슬라브」단층 기숙사와 식당이 흔적도 없이 날아갔고 불은 긴급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30여분만에 진화됐다.
합성수지특수인쇄공장인 한국「그라비야」는 지난해 11월 부산진구 양정동에서 사상단지로 옮겨 종업원 55명 중 40여명이 기숙사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날 하오 7시쯤 작업을 끝내고 20여명의 종업원이 기숙사 휴게실에서 TV를 보고 있다가 변을 당했다.
목격자 김병태씨(25·경리사원)에 따르면 사무실에 있다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폭음에 밖을 내다보니 기숙사·식당·수위실·욕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검은 연기가 솟아나고 있었다는 것.
폭발과 함께 붙은 불은 「팬텀」기의 연료가 타는 바람에 반경 2km주변을 30분 동안 밝혔으며 부산시내전소방차량이 동원돼 진화작업을 벌였다.
시체의 형체는 알아볼 수 없게 처참한 모습으로 엉켜 붙어 있었으며 표갑수씨의 시체는 3백m나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다.
참변을 당한 전씨 일가족은 수위실 옆방에서 생활해왔으며 가족 중 전씨의 장녀 계숙양(7)만 지난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서울친척집에 갔기 때문에 참변을 면했으나 삽시간에 고아가됐다.
이 비행기는 15일 하오 1시쯤 일본 「오끼나와」「가데나」(가수납)기지를 이륙, 이날 하오 4시15분쯤 한국○○공군기지에 도착, 그곳에서 하오 7시10분에 「오끼나와」로 돌아가던 중 양산군 양산면 상공에서 원인불명으로 고장을 일으켰다.
정조종사 「팀·키니」중위는 양산군 물금면 범어리 앞 부락에서, 부조종사「호프먼」중위는 양산면 북정리 뒷산에서 각각 구조돼 이날 밤 10시10분쯤 오산기지로 모두 이송됐다.
이 사고로 한국「그라비야」공장의 기숙사·식당·수위실·목욕실 등 연건평 1백여평이 전파, 4백여만원의 피해를 냈다.
주한 미군사령부는 정확한 사고원인과 피해상황을 규명, 보상문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조사단을 구성, 현지에 급파했다고 말했다.
한편 미8군사령관 「스틸웰」대장은 16일 상오 9시20분「헬」기 편으로 사고현장에 도착, 공장 측과 유가족에게 조의를 표했다.
◇사망자 ▲전용배(47·정문수위) ▲김충녀(43·전씨의 처·식당종업원) ▲전은숙(4·전씨의 2녀) ▲전환숙(2·전씨의 3녀) ▲정갑순(34·식당종업원·부산진구 연지동 10통6반) ▲이근태(19·제판부 직공·부산진구 연지동 51) ▲배삼호(20·압출부 직공·경배 청도군 풍각면 안산2동 1310) ▲하영균(19·직공·경남 밀양군 부북면 대항리) ▲표갑수(직공·경남 거창군 가북면) ▲박이원(25·부산진구 연지동 「아파트」) ▲전병춘(직공·경남 거창군 북상면 농산리)
◇중상자(괄호 안은 입원중인 병원) ▲조동원(김선근 외과) ▲황해남(21·인제의원) ▲송수국(22·인제의원) ▲최명득(19·시립병원) ▲김인석(16·정광진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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