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성시' 허우감독 회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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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사진사 량차오웨이(梁朝偉)의 '비정성시'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꼭 찾아가야 할 자리가 있다. 1980년대 대만 뉴웨이브 영화의 선두주자 허우 샤오셴(候孝賢.56)감독의 특별전이 4월 15~25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그의 2001년작 '밀레니엄 맘보'가 국내 극장개봉을 앞두고 있어 이번 영화제는 그의 팬들에게 특별한 '애피타이저'가 될 듯싶다. 대만 민중의 일상을 고정된 카메라와 롱테이크 기법을 사용하는 특유의 느리고 섬세한 리얼리즘으로 그려냈던 그의 작품 12편이 소개된다.

80년대 초 허우 샤오셴과 에드워드 양을 주축으로 시작된 대만 뉴웨이브 영화는 기록 영화처럼 사실적으로 민중의 삶을 천착한 흐름을 말한다. 그때까지 대만 영화는 할리우드와 홍콩을 흉내낸 멜로 영화 등을 국화빵 찍어내듯 만들고 있었다.

89년 발표된 허우 샤오셴의 '비정성시'는 격변의 현대사에 비극적 가족사를 교직하는 뛰어난 이야기 솜씨로 격찬을 받은 작품.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쥐며 아시아에 오락 일변도의 홍콩 영화가 아닌 전혀 다른 영화가 건재함을 세계 영화계에 알렸다.

한해에 제작되는 영화 편수가 10편 미만에 불과한 대만 영화가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허우 샤오셴 덕분이다.

이번 영화제에는 뉴웨이브 계열의 80년대 작품과 좀더 미학적인 스타일 추구에 관심을 기울인 90년대 작품이 고루 마련됐다. 극장 광고판을 들고 다니며 생계를 잇는 젊은 가장의 애환을 그린 '샌드위치맨'(83년)을 비롯해 '동동의 여름방학'(84년),'동연왕사'(85년)등과 '비정성시'에 이은 '대만 현대사 3부작'인 '희몽인생'(93년) ,'호남호녀'(95년) 등이 상영된다.

그가 '현대를 위한 3부작'의 첫 편이라고 부르는 '밀레니엄 맘보'도 특별상영된다. 이 영화제는 서울에 이어 4월 26일 부산 시네마테크로 자리를 옮겨 계속된다. 02-3443-7088.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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