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학 입시 문제 너무 어렵다|문교부 협의회서 고교 교사들이 주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대학 입시 출제에 관한 협의회」가 지난 30일 서울 교육 회관 강당에서 문교부 주최로 열려 현행 대학 입시 문제의 타당성 여부를 두고 주요 대학교수 및 일선 고교 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광범위하게 논의했다. 협의회에서는 현행 대학 입시 문제가 너무 어렵고, 특히 교과서 밖의 문제가 많이 출제되어 대학 입시 준비생들에게 과외공부 등 궤도를 벗어난 변칙적 입시 준비 과제를 부담 갖게 하고 고교 교육에도 중대한 문제점을 안겨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제 범위>
경복고의 허만길 교사는 서울 시내 고교 교사 1백8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일류 대학의 입시 문제가 교과서 밖에서 출제되고 있다는 의견이 전체의 86%나 된다고 주장했다. 이 학생들을 과외 수업과 부교재 사용에 매달리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에 학교의 정상 교육을 기하려면 무엇보다 교과서 위주의 출제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측의 입장에서 강우철 교수(교육학)와 이기문 교수(국문학)는 『교과서 위주 출제는 오히려 고교생들에게 암기식 공부를 조장할 우려가 있고 「교과 과정」 안에서 고교 수준으로 풀 수 있는 문제면 된다』고 주장했다.
또 세칭 일류 대학의 입시 문제가 너무 난해하다는 평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출제 교수들이 자기중심적 권위 의식에서 출제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됐다.
실제로 올해 모 대학의 국사 문제는 수천 명의 응시자 가운데 정답자가 단 4명뿐인 문제가 있다. 허 교사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대의 경우 최고 점수를 딴 학생이 84.3점(1백점 만점)이고 고려대가 78.5점, 연세대가 68.2점이라고 통계 결과가 나왔다. 최고 점수가 그 정도니까 합격자의 평균 점수가 얼마나 낮은지 짐작된다는 것.
이에 대해 대학측은 대학 입시의 목적이 우수 학생 선발에 있는 만큼 득점자 수의 분포가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서울대의 경우 수학 문제가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는데도 만점을 따는 학생이 많다(최지훈 교수)고 출제자측의 애로점을 들며 그러다 보니 까다로운 문제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출제 형태>
다음으로 객관식 출제와 주관식 출제에 대한 출제 형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여태까지 객관식 출제의 문젯점이 많이 논의돼 대부분의 대학이 주관식 출제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주관식 출제에도 문제가 있으며(김동연 문교부 장학관)하나의 정답을 구하는 문제에 대한 대답은 객관적인 방식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일선 교사의 입장에서는 최근 이화여대가 종래 출제 방식을 지양, 공동 종합 시험·계열별 시험으로 나눈 새로운 출제 형태를 시도한 것은 그 의의를 인정하면서도 고교 교육에서 생소한 방식이 돼서 익숙치 못해 진학지도에 애로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출제 분포 및 배정에 있어 일반적 어려움은 학술용어 통일이 안된데 있다(이지영 중앙고 교사)는 주장에 대해 장세희 서울대 교수는 용어 통일은 실제 심각한 문제라고 인정하고 서울대의 경우 학회 공인 술어와 교과서가 서로 다를 경우 둘 다 함께 쓰고 있으나 새로운 분야에서 두가지 이상의 다른 용어가 나타나면 많이 쓰이는 쪽을 쓰던가 함께 써 준다고 말했다.
그리고 과목별 배점이 고교 교육 과정 단위 수에 따라 줄 것을 희망하는데 대하여 출제자측 입장은 대학 입시 문제가 고교 졸업 자격 시험이 아니니 그럴 필요가 없고(강우철 교수)대학생의 선발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수 단위에 따른 배점은 어렵다고 했다.
특히 실업계의 경우 그 하나가 완성 교육이므로 예비 고사 문제 출제에서 인문계와 실업계의 단원의 차이가 있을 때는 인문계 교육 과정 중심이 바람직하다고 앞으로의 예비 고사 출제 경향을 밝히기도 했다.(장세희 교수)

<예비 고사 문제 및 성적 공개>
각 대학의 예비 고사 성적 반영도가 높아짐에 따라 고교측에서는 예비 고사 성적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망하고 있다.
특히 이화여대와 같은 경우 예비 고사 성적이 50%나 반영되고 있어 여고측에서 예비 고사 성적 공개를 더욱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고교 교사들은 예비 고사 성적을 몰라 진학 대학 선택에 애로가 많고 공식적 공개가 되지 않아 진학 지도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교부측은 76학년도부터 예시 성적을 공개할 방침을 검토 중이긴 하나 공개에 따른 부작용도 많고(장 교수)공개를 하자면 출제 교수들이 전부 출제를 사양할 것이라며(윤석병 문교부 장학관) 제2의 「무우즙 파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일을 꺼리는 눈치를 보였다.
그 외에 ①각 대학의 입시 요강은 학년초에 빨리 공표해 줄 것과 ②입시 과목 표기에 있어서 「사회A」 「사회B」 「과학A」 「과학B」 등의 모호한 구분과 ③예비 고사의 일반 계열은 인문계와 자연계의 구별을 해 줄 것 ④TV 「퀴즈」 문제 같은 암기 위주의 문제는 배제돼야 한다는 점등이 얘기됐다. <오만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