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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시론

'통일준비위원회' 가 성공적으로 출범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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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백영철
건국대 명예교수
한반도포럼 회장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통일대박론’은 그동안 통일에 무관심하거나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던 일부 계층의 여론을 반전시켰다. 국민 대다수가 통일에 대해 긍정적 자세를 갖게 하는 전기를 마련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사회 일각에서 제기돼 온 ‘통일지상주의’는 통일 과정의 논의를 간과한 채 자칫 전쟁이나 국가적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수반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비해 박 대통령이 평화와 통일을 기초로 한 ‘통일준비위원회’ 발족을 천명한 것은 이런 우려를 털어내면서 균형된 정책 시각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남북한 통일은 목적으로서의 통일 못지않게 과정으로서의 통일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의 공식적 통일정책은 ‘평화통일’을 그 기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평화적 통일정책은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면서 남북한의 통합을 이루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정치적 통일을 추진하기 때문에 통일에 의한 충격이 상대적으로 적고, 통일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와 예측이다. 평화와 통일은 함께 가야 한다.

 또한 평화적 통일은 국내외의 동의를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다. 평화적 통일은 국내외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북한에 대한 설득과, 특히 중국 등 주변 강국의 동의를 확보하는 것이 용이하다.

 물론 급변사태에 의한 남북 통일 가능성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정부 수준에서는 민감한 사안이므로, 국정원이나 국방부 차원에서 비공개로 세밀하게 다루는 게 올바른 방향으로 보인다.

 그러면 앞으로 발족될 ‘통일준비위원회’는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인가. 그 성공적 출범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통일준비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남북 간 신뢰구축의 기초 위에 서야 할 것이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경제사회 교류협력 등을 통해 형성되는 남북한 통합 위에서 통일을 추구하는 게 올바른 수순이다. 물론 교류협력은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으면 한계에 부닥치는 만큼 북한의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맞물려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남북한 교류협력의 축과 비핵 및 평화구축의 축이 연계하면서 발전할 때 비로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시대가 열릴 수 있다.

 ‘통일준비위원회’는 한반도 비핵·평화구축을 위해서도 주변국과의 평화협력 기능을 보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기존의 국가안보실은 그 인적 구성상 군사안보전략 문제에 전념하고, ‘통일준비위원회’는 한반도 통일 및 평화협력 문제를 총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둘째, ‘통일준비위원회’의 구성에 있어 위원장의 선택이 향후 위원회의 위상과 업적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위원장은 국내외 신망과 존경을 받는 탁월한 경륜과 전문성을 갖춘 총리급 인사로 보임하는 게 바람직하다. 각 부위원장 및 분과별 위원회도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와 대표성을 확보한 인물들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국민통합을 감안한다면 야당 인사와 합리적 진보인사를 포함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게 되면 그 기능과 역할이 정권 차원을 넘어 초당적 기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고, 독일 경험에서 보듯이 지속가능한 대북정책의 수립·집행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이 위원회의 법적 지위부여 문제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셋째, ‘통일준비위원회’에 한반도 평화협력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중량급 인사들로 구성된 특보단 설치를 제안하고 싶다. 이 특보단에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과 정부의 상시채널로 해결하기 힘든 정책현안 및 통일·평화문제를 협의하는 기능을 맡기는 것이다. 해당 국가의 전직 대사와 전문가 등으로 특보단을 조직해 운영하면 주변 국가들과의 수시 협의를 통해 평화통일의 튼튼한 기반 조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넷째, ‘통일준비위원회’는 민간 전문가단체와 연계해 운영할 때,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필자가 관여해 온 ‘한국통일포럼’이나 ‘한반도포럼’은 지난 20년간 북한의 원동연 통전부 부부장, 이종혁 조선아·태위원장 대행, 최성익 북한적십자 전 대표 등 중량급 정책결정인사들과 10여 차례 이상 남북전문가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특히 2003년 3월 평양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개최를 최초로 제안했고, 나아가 2~3년 후에 나타날 2005년 9·19합의와 2007년 2·13합의의 세부 내용을 뛰어넘는 보다 포괄적인 평화정착 방안과 평화통일 구상까지 제시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통일준비위원회’는 이런 전문적 경험을 축적한 민간단체들과 손잡고 남북 간, 그리고 6자회담 관련국과 1.5트랙 회의(민관합동회의)를 개최·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민간전문단체들이 당면한 평화와 통일문제를 사전 조율하면서, 정부 간 합의의 기초를 쌓고 신뢰를 북돋우는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통일준비위원회’가 하루빨리 성공적으로 뿌리내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이 ‘통일준비위원회’의 성공적 출범과 좋은 성과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커다란 초석을 놓는 역사적 지도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백영철 건국대 명예교수 한반도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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