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 되살린 약속어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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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거의 기능마비에 빠졌던 약속어음이 다소나마 원래의 모습을 되찾게되었다.
시중에서 흔히 『노베(연)수표』라고 부르는 약속어음은 신용질서가 확립된 사회의 경우 당당히 은행에 가서 지급일까지 이자만 제하고 할인 받을 수 있다.
한데 우리 나라에서는 워낙 부도가 많아서 발행인 자격에 제한을 뒀을 뿐만 아니라 유자격자가 발행한 어음일지라도 은행이 무조건 할인에 응하지는 않았다.
즉 할인을 의뢰하는 사람의 은행거래 실적이나 담보를 기준으로 할인한도를 설정, 은행과 거래가 없거나 실적이 부실한 사람은 할인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따라서 영세하청업자나 중소기업주들은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약속어음을 은행으로 가져가는 대신 지급날짜까지 기다리거나 사채업자들에게 헐값으로 넘기는 것이 상례였다.
그러나 15일부터 금융단은 의뢰인의 신용상태에 관계없이 은행이 무조건 할인에 응하는 이른바 「스탬프」어음제도를 실시했다.
이것은 어음발행 유자격자가 발행한 어음일 경우에는 이 어음을 할인 받으려는 사람의 신용에 관계없이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이 경우 은행에서는 『우량적격업체』라는 도장(스탬프)을 찍어주며 이 도장이 찍혀 있으면 한은은 즉시 재할에 응해준다.
한은은 「스탬프」어음제도의 도입과 동시에 재할 한도를 1백억원 늘려 수용태세를 갖췄다. <홍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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