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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긴급조치 7호」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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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긴급조치권을 발동해 내려진 고려대 휴교령은 최근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학원소요사태와 정국동요에 대응하려는 강경 조치의 시동.
긴급조치발동에 뒤이어 9일에는 인혁당 관련자 8명에 대한 사형집행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그에 앞서서는 공화·유정회 합동의원총회가 대통령에게 전쟁예방을 위한 「모든 권한의 행사」를 건의,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런 경향으로 보아 김성진 청와대 대변인의 배경 설명대로 정부는 다른 대학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 사태의 진전에 따라서는 계속 8호·9호 등 긴급조치권을 발동, 강경 대증요법을 필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야한다.
한 정부소식통이 『긴급조치는 학원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발동될 수 있다』 고 말한 것으로 미루어 정부는 종교계·야당 등 재야세력의 반체제움직임에 대해서도 「최악의 사태」에 도달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케이스·바이·케이스」로 이에 상응한 강경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릴 수 있다. 따라서 긴급조치 7포는 앞으로의 사태악화에 대응한 경고적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풀이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인지사태에 관련한 국가안보관에서도 최근 학원「데모」에 대해 어떤 강경한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견되어왔다. 박 대통령은 특히 충남과 전남·북의 지방순시에서 『인지사태가 결코 대안의 화재가 아님』을 강조하고 『일부 학생들이 거리로 뛰어나와 엉뚱한 짓을 하고있는 것은 국력을 약화시켜 북괴의 오판을 낳게 할 허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극소수의 학생들의 움직임이지만 정부로서는 이에 대처할 대안을 갖고있음을 비쳤었다.
정부가 휴교령을 내린 것은 문교사상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 65년 이후 해마다 되풀이됐던 학원사태 때는 지금까지 대학스스로도 휴교를 한 일이 없었으며 문교당국에 의해 3회의 휴업명령이 내려졌을 뿐이다.
문교당국이 대학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조치로는 ▲휴업(휴강) ▲휴교 ▲폐교가 있는데 휴교는 강의가 중단되고 학생출입이 금지되는 휴업과 달리 모든 학사행정과 교무행정이 「올·스톱」되어 사실상 대학의 기능이 마비되는 상태에 이르게되어 폐교 직전의 단계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대의 휴교령이 언제 해제될 지 모르지만 김성진 청와대대변인은 『고대의 휴교조치는 사실상 무기한의 휴교를 뜻한다』고 말해 이번 조치가 쉽게 풀릴 가능성이 희박한 것 같다.
고대의 휴교조치가 장기화돼 법정수업일수를 채울 수 없을 때는 학생들은 자동 유급되고 이에 따른 여파로 내년도에 신입생을 모집할 수 없게되므로 재정적인 파탄에 직면하게 될 우려도 있다.
개헌논의를 규제하기 위한 긴급조치1호 등 지금까지의 조치가 포괄적인데 비해 이번 긴급조치 7호는 고대라는 특정교의 휴교만을 위해 발동된 제한적이라는 게 특징.
문교당국의 학사행정권 발동에 의한 휴교와 다른 것은 이 조치를 위반한 자에 대해서 모든 법령에 앞서 이 조치에 의한 형사처벌이 가능하고 교내질서유지를 위해 군 병력이 동원될 수 있는 효과가 있는 점이다.
서울대·연세대·서강대 등 학원소요사태가 여러 대학에서 일어났지만 고대를 특정해서 긴급조치가 발동된 것은 「데모」의 규모가 크고 격렬도가 심해 수십 명의 「데모」저지 경찰관이 부상했을 뿐 아니라 다른 대학들은 휴강도 자체적으로 단계적인 수습책을 폈으나 고대는 여러 번 문교당국의 계고를 받고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한 정부소식통의 설명이다.
현재 휴업중인 대학들은 여건에 따라 개강할 수 있어 사태가 일단락 될 수도 있으나 고대에 대한 이번 조치와 최근의 학원사태로 석방 학생들의 사면과 복학의 시기가 뒤로 미뤄질지 모른다. <심준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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