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책에 매달린 중·고교생|학교서만 하루 10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남녀 중·고등학교학생들의 대다수가 여전히 무거운 가방과 함께 과외공부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하루평균 6∼8시간(45분 또는 50분 수업)씩의 정규수업과 1∼3시간의 보충수업 외에 학원에 다니거나 이른바「안방개인지도」「안방그룹지도」등 과외지도까지 받고있어 1일 평균 12시간이상을 책과 씨름, 정상적인 신체발육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
중학교 2, 3학년학생의 경우 현재 주당 교과시간은 33∼37시간으로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하루 6∼7시간씩 수업, 하오 4∼5시에 정규수업이 끝난다. 여기에 1∼2시간의 보충수업과 청소·종료식을 마치면 하교시간은 대체로 하오 6시∼7시.
「러쉬·아워」의 통학시간을 계산, 상오 8시까지 등교하기 위해 대다수 학생들이 상오6시쯤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14, 15세의 어린 학생들에게는 지칠 대로 지치는 무리한 수업인 셈. 게다가 학원에 다니거나 「그룹」과외지도 등을 받는 학생들은 매일 하오11∼12시쯤에나 집에 들어가게 돼 건강유지나 정서교육은 아예 외면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 H여고3년 신 모양(18)의 경우 보충수업 외에 과목당 월 2만원씩 내고 「그룹」과외지도를 받기 위해 신촌까지 다니고 있어 귀가시간이 매일 하오11시이며 영등포구 D중학 3학년 박 모군(16)의 경우도 상오 6시 30분쯤 일어나 8시 20분까지 등교, 보충수업까지 마치고 하오 6시 30분쯤 학교를 떠나 과외지도를 받으면 매일 하오10시나 돼서 귀가하는 등 『숙제할 시간도 없다』고 말하고 있을 만큼 강훈에 쫓기고있다.
중학교 1학년의 경우도 마찬가지. 영등포구 Y중학1년 김 모군(14)은 상오 8시 20분까지 등교, 정규수업과 청소 등 학교 일을 마치고 하오 5시30분쯤 학교 문을 나서 7시까지「그룹」지도장소에 간다. 하오 7∼9시까지 과외지도를 받고 귀가하면 하오10시.
71년 이후 재학생출입이 금지돼있는 시중학원에 남몰래 다니고 있는 중·고등학생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B고등학교 2년 박 모군(18)에 따르면 학교수업이 끝난 뒤 같은 반 학생 10여명과 함께 종로구 D학원에 나가며 다른 학교 재학생들도 상당수가 찾아가고 있다는 것.
입시제도가 바뀌고 학교의 보충수업이 양성화 된 뒤에도 과외수업이 여전히 성행하는데 대해 일선교사들은 학생들의 건강을 우려하고 있다.
Y중학교 교무주임 박 모씨(48)는 『1, 2학년 학생의 20%가「그룹과외」지도 등을 받고 있으며 3학년의 경우 약30%가 개인 또는「그룹」지도를 받고 나머지 학생들의 대다수가 학원 등에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학생들의 건강면이나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생각, 과열경쟁이나 허영심을 버리고 학교에서의 보충수업만으로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만족하도록 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