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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 사태와 미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월남전 사상 공산 측이 전개한 최대의 물량 작전으로 「티우」정부는 2만7천평방 「마일」의 국토를 잃었다.
「키신저」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파리」 평화 협정이 체결된지 2년만에 제3차 「인도차이나」 전쟁이 불붙고 있는 것이다. 곡창지대와 인구 밀집 지역을 확보하기 위한 효과적인 「거점 방위 전략」이라고 변명되고는 있으나, 월남의 전략 상황이 「티우」 정부에 결정적으로 불리해졌음은 부인할 수 없다.
중동 「포르투갈」「터키」에 이어 연속적으로 닥쳐온 외교적 실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의회와 일반 여론은 월남전을 더 이상 「미국의 전쟁」으로 보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의 월남 문제가 바로 미국의 문제일 수밖에 없음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다. 미국이 수락한 「파리」 협정의 내용 자체가 오늘의 불행한 사태를 처음부터 배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월남 전쟁의 가장 핵심적인 문젯점은 「사이공」과 「하노이」 또는 「사이공」과 「베트콩」간의 정치적인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점이다. 그러나 「파리」 협정은 이 문제를 「앞으로의 협상」에 간단히 미루어 버린 채 미군만을 일방적으로 철수시키고 말았다. 공산 측은 이 허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오늘과 같은 군사 활동을 꾸준히 준비해 왔던 것이다.
전투가 종결된 후 공산 측은 「티우」를 제외한 3파 연정안을 계속 고집하면서 뒷전으로는 막대한 군원을 소련에서 가져왔다. 73년과 74년에 소련이 월남 공산 측에 제공한 군원은 놀랍게도 각각 11억「달러」와 17억「달러」에나 달했다.
반면 미국의 대월 원조는 74년의 11억「달러」에서 75년의 7억「달러」로 격감되었으니 방대한 전선을 독자적으로 지켜야할 월남 군은 극심한 연료난과 보급난에 시달려야 했던 것이다. 이러한 취약한 상태를 확인한 공산 측은 작년 10월 『더 이상 「티우」와는 협상하지 않는다』고 밝힘으로써 군사 공세의 재개와 「티우」 정권 전복 의도를 공공연히 내세우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제 「파리」 협정의 허점이 초래한 월남의 비극적 상황은 미국에 대해 중대한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누가 월남을 잃었는가』하는 정치적 책임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자유 월남을 수호하느냐하는, 한 국가의 급박한 사활 문제가 긴급한 쟁점이 되어야 한다. 「키신저」 장관은 이점에 관련해서 『문제는 우리 미국인이 어떤 종류의 인간들이냐 하는 기본적인 질문에 도달했다」고 말한바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단견이나 소극적 고립주의는 오히려 자신의 도의적 능력과 현실적 이익을 저버린다는 것을 알아야할 것이다.
만약에 미국이 자유 월남의 붕괴를 방관한다면 「세계의 미국」은 「북미주의 미국」으로 위축되고 말 것이다. 동남아와 인도아 대륙, 중동과 남「유럽」에서 후퇴한 다음엔 미국이 소·중공과 겨룰 수 있는 현실적 지위라곤 무엇이 남을 것인가. 이 시점에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해·공군을 동원한 한정된 간접 개입 일수도 있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우기까지 현 전선을 수호할 수 있는 추가 군원을 제공해, 그때 가서 공산 측과 새로운 협상을 시도하도록 배처 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웨이언드」 미 육참 총장의 파월과 「오끼나와」의 미 해병 중대 및 「캘리포니아」상륙 함대의 출동 태세를 주시하면서 우방 자유 월남에 대한 미국 정부와 의회의 신의를 다시 한번 촉구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미국 자신의 이익에도 합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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