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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가에 여인들 투기 바람|2∼3명씩 몰려 거액그룹 투자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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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새봄 부동산가에 여인들의 투기바람이 거세게 일고있다. 부동산「붐」과 환물 투기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2,3명씩「그룹」을 지은 여인들이 부동산가에 몰러들어 한때 학원을 휩쓸던 치맛바람 못지 않은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는 인플레에 맞서 가계를 돕기 위한 부업으로 소규모 토지나 분양 아파트를 사려고 나선 가정 주부층도 있지만, 심지어 계 모임 등을 통해 수천만원씩을 부동산에 그룹 투자를 하고 이익을 분배하는가 하면 그룹을 통해 가격 조작과 전매를 일삼는 등 점차 대규모 투기 성향을 일으키면서 부동산가에 바람을 일으키는 여인들도 많아졌다는 것.
투기 부인들의 활동 무대는 거의가 새로 분양하는 맨션·아파트 지역과 영동, 잠실 등 변두리 신흥 개발 지역.
여인들온 대부분 계나 사채놀이를 하다 인플레와 사채놀이의 위험성 때문에 부동산으로 전향, 30∼40여일만에 수십 내지 수백 만원의 매매 차액을 얻게되자 재미를 붙여 본격적인 부동산 투기사업으로 나선 여인들로 알려지고 있다.
투기 부인들은 부동산을 산 뒤 자신들의 그룹을 통해 값을 새로 형성, 값 상승을 부채질하는가 하면 계약을 하고 잔금을 치른 후 다시 전매 재미를 본다는 것.
영동지구 D부동산의 유모씨(34)는 『신사동 일대만도 요즘 자가용을 타고 오는 여자 2명이 하루 평균 20여명은 되며 이중 절반은 거의 전문적인 투기가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거액의 현금을 가지고 다니기가 불편해 아예 영동지구에 있는 은행에 몇백만원씩 예금을 해두고 통장만 가지고 다니며 투기 대상을 고르기도 한다는 것.
김모 여인(50·서울 종로구 누상동)은 지난 1월 삼성동 137일대 대지 3백평을 1천8백만원에 매입, 지난 13일 2천50만원에 팔아 1개월반 남짓한 사이 2백50만원을 남겼다고 했다.
소개업자들에 따르면 단독으로 투기하는 여인들도 많지만 최근에는 2∼3명이 한조가 되어 3천만∼4천만원짜리 1천여평의 대지에 그룹 투자를 해 이익금을 분배하기도 한다고 귀뜸했다.
투기 부인들의 치맛바람이 가장 거센 곳은 「아파트」지대.
지난 1일 여의도 H맨션 분양 때 65평짜리 세 개를 확보한 장모여인(48·서울 용산구 한남동)은 그 뒤 15일에 2가구, 16일에 1가구를 80만원과 90만원의 프리미엄을 붙여 팔아 2백50만원의 이익을 보았다고 했다.
여의도의 T부동산회사 김모씨(40)는 반포「아파트」일대에는 분양계약만 찾아다니는 전문적인 투기 부인들이 20여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아파트」지대에 모여든 부인들은 회사 간부 부인들이 많아 회사 공금을 임시 변통, 투기를 하기도 한다고 귀뜸.
3년전 남편이 교육계를 청년 퇴직한 이모씨(58·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는 『남편의 퇴직금 4백만원으로는 대학생 둘, 고교생 하나를 둔 가계를 이끌 수 없어 작년 12월부터 영동에 나와 40여 만원을 벌었다』고 말하고『가만히 앉아 자녀들의 학업을 중단시키거나 사채놀이를 하는 것보다는 건설적이 아니냐』고 말했다.
홀몸으로 자녀 3명을 둔 오모 부인(40·서울 성북구 돈암동)은 『이제까지 친정 도움을 받아 살아오다 부동산이 잘 된다고 해 나왔으나 막상 나와보니 이미 한물간 것 같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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