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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에 3만 병력통과 가능|중부전선 제2 북괴터널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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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부전선=조동국 기자】해발 3백m의 승부전선 산허리. 아직은 봄기운이 감돌지 않고 바람이 냉랭한 가운데 두터운 방한복차림의 군인들이 흡사 유전의 시추작업과 같은 공사를 벌이고 있다.
화강암층을 뚫고 휴전선을 넘어오는 제2의 땅굴을 탐색하는 현장은 겉으로는 고요했지만 작업중인 군인들과 민간인 지질학자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북괴의 땅굴이 처음으로 중서부전선 고낭포 지역에서 발견된 것은 74년 11월 15일. 제1터널은 폭 1·2m, 높이 91㎝의 콘크리트·빔으로 만든 구축물인데 비해 새로 확인된 제2터널은 화강암층을 관통한 것으로 규모가 훨씬 커 폭 2m, 높이 2m(위쪽은 원형)로 1시간에 3만 명의 병력을 이동시킬 수 있는 규모.
현재로서는 이 땅굴의 완전한 규모가 확실히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지하특수 촬영 등으로 확인한 결과 이곳으로는 각종 차량·야포 등도 운반할 수 있다는 것.
터널 구조는 수직 갱·수평 갱·수평 및 사갱 등 다양한데다 입구는 1개인데 출구는 여러 개로 갈라져 있다.
현재 확인된 터널의 위치는 군사분계선 남쪽 9백m지점 지하 52m(해발 3백37m)지점으로 중앙군사분기선에서 남쪽으로 1천5백m나 내려와 있어 북쪽 입구로부터의 총 길이는 약 3·5㎞나 된다.
북괴가 뚫고 나오려는 출구 후방은 휴전될 무렵 아군에게 빼앗겨 김일성이 사흘 동안이나 밤잠을 못 자고 분통을 터뜨렸다는 철의 삼각 지인 기름진 철원평야.
북괴는 정규전을 벌일 경우 기습작전을 펴기 위해 이 땅굴을 파 놓은 것으로 보여진다.
이 땅굴은 73년 8월 북괴 김영주가 남북대학 중단을 선언한 직후부터 각종 정보에 의해 포착됐다. 한국군은 유엔군 측의 기술협조를 받는 한편 국영기업체 및 각종 학술연구단체 등으로부터 지질·기상·물리·화학·생물 등 각분야의 박사 20여명을 초청, 연구 분석한 결과 북괴의 땅굴작전을 소상히 밝혀 낼 수 있었다.
세계에서 몇 개 밖에 없다는 최신식 장비도 동원되어 지하의 땅굴을 거울 들여다보듯 선명히 판별해 낸 것.
우리측은 북괴의 굴진 작업을 기다린 끝에 74년 말께 부 터 본격적인 탐색작업에 들어가 시추작업 3개월만에 제2땅굴의 현장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발견이 예상되는 지점 수십 개소에서 시추작업을 벌인 결과 ①지하에는 존재하지 않는 개천가의 모래가 콘크리트와 함께 섞여 나왔고 ②터널 1m쯤의 상부인 지하 51m에서 갑자기 물이 새기 시작, 1천5백 캘런의 물을 24시간 부어도 되돌아 올라오지 않는 데다 1m 더 내려가 터널이 상부에 착 정기가 닿자 중력을 터널 바닥에 푹 떨어졌고 ③특수 카메라가 잡은 사진은 터널의 소재를 확인함으로써 앞으로 차단 동 굴진 작업이 끝나면 땅굴의 전모는 더욱 소상히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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