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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변칙 열풍…환물 투기|식지 않은 10여일…그 「과열」의 현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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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인플레」에 대비, 밑도 끝도 없는 화폐 개혁설에 자극된 탓으로 전국에 걸쳐 부동산·금 또는 주식 투자 등 환물 투기에 대한 열풍이 식지 않고 대체로 10여일째 계속되고 있다. 증권 시장의 주식이 평소 거래액의 4배까지 오른 이상 과열 현상을 신호로 금값·암「달러」 등이 고개를 들고 2월 하순부터는 갑작스런 부동산 투기 현상을 보여 일반 시중의 불경기를 외면하는 변칙 소용들이 현상을 빚어내고 있다. 예년의 경우 이사철이 시작되는 3월에 접어들면 부동산 거래는 다소 활발해지기 마련이나 올해의 경우 2월 하순께부터 부동산「붐」이 일어 지난 1일엔 아직 짓지도 않은 1천9백만원짜리 「딜럭스·아파트」가 분양 신청 하룻만에 매진되는가 하면 당장에 1백만원 「프리미엄」이 붙어 다시 거래되고 암「달러」값은 최근 하룻새 1백「달러」에 1천원씩 오르는데도 「달러」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이상 열풍이 몰아친 부동산·금값 및 암「달러」가 오르는 현장을 살펴본다.

<부동산>땅값 30%뛰어
서울의 변두리 신흥 주택가인 영동·잠실 및 봉천·신림동 등 강남 지역과 여의도·반포 등 아파트 지역은 최근 부동산을 사려는 시민들이 평소의 2배 이상 올리고 값도 평균 30%가량 오른 값에 거래되고 있다.
부동산 투기 현상 중 이상 「붐」을 일으킨 것은 「딜럭스·아파트」.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별로 매매가 없었으나 최근 30%가량 오른 값에 내놓기가 무섭게 팔리고 지어만 놓고 분양하지 못한 아파트도 대부분 2월 들어 모두 매매됐고 올 가을에 입주 예정으로 분양 계약을 받는 아파트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여의도 H「맨션」은 10월 입주 예정으로 1천8백99만원짜리 65평 1백44가구분과 1천3백95만원짜리 50평 2백76가구분을 1일 분양 계약 받았는데 1층과 12층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날로 모두 매진되는 기현상마저 보였다.
이 아파트는 계약금만도 5백50만원 및 4백50만원 하는 호화판인데 분양 당일에 입주 희망자 5백여명이 몰려 혼란을 빚는 바람에 기동 경찰관까지 출동하기도 했다. 아파트 한 관계자는 『고급 아파트가 당일 매진된 일은 지금까지 없는 일이었다』며 이상 「붐」에 어리둥절해 했다.
또 오는 9월 입주 예정인 여의도 D「맨션」은 입주 전인데도 이미 1백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실정이다.
영동 신시가지의 경우 논현동과 서초동의 50m도로변은 12만원까지 홋가 했고 지난 연말까지 평당 5만원을 밑돌던 주택가도 6∼7만원 선으로 올랐다.
서초동의 대명사 복덕방 유준관씨 (34)는 『최근 하루 평균 40∼50명의 고객들이 몰리자 땅을 팔려던 사람들이 더 오를 것에 대비, 팔기를 꺼리고 있으며 값도 30%가량 올라 정작 실수요자들은 사지 않고 거래는 가수요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서대문구 진관동의 경우 지난겨울 4백만원 선을 웃돌던 대지 70평 건물 20평의 주택이 최근 3백50만원에도 팔리지 않아 오히려 부동산 시세가 하락한 경향을 보였다.

<금값>
2월초 돈쭝 당 1만1천원까지 보합세를 보였던 금값이 최근 고개를 들기 시작, 지난 24일을 「피크」로 3일 현재 돈쭝 당 1만3천5백원으로 지난 23일에 비해 21%가량 오른 값에 거래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금값의 폭동은 예년에 찾아볼 수 없던 것이라고 말하고 너무 갑작스럽게 올랐기 때문에 한동안 오른 값대로 유지될 것 같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2월말일께부터 일어난 것으로 갑작스럽게 값이 올라 거래는 오히려 한산해졌다고 상인들은 말하고 있다.

<암「달러」>
보합세를 보였던 암「달러」값은 하룻새 1천원이 올라 3일 상오 1백「달러」에 5만4천원에 거래되고 있으나 팔려는 사람이 적어 매기는 거의 없었다.
서울 남대문 시장과 명동 뒷골목 암「달러」시장에서는 이같은 가격만 형성됐을 뿐 거래는 거의 되지 않았다.
상인들은 2월말까지만 해도 「달러」의 거래가 활발했으나 28일께부터 강세를 보이자 거래중단 상태가 연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고 말하고 「달러」 거래가 주춤한 원인은 최근의 환물 투기 현상과 근거 없는 화폐 개혁설에 자극된 때문이 아닌가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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