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반문화 단체들(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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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주섭일 특파원】세계의 어느 대도시나 마찬가지로「파리」도 요즘 사상의 혼돈이 심화되고 있다. 세기말적인 놀라운 현상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혼돈의 형태는「파리」의 경우 수많은 소「그룹」의 형태로 나타난다.
종교 의식적인 것, 비밀 교 같은 것, 또는 문학·철학의 동인 영식을 취하든 간에「그룹」밖에서는 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신비(?)에 싸여 있어「파리지엥」들도 이를「비밀사회」라고 부른다.
「파리」에만도 이 비밀조직이 2천여 개나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들은 내용이 어떻든 간에 현실을 부정하거나 문명을 탈출하려는 몸부림으로서 반문화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해석된다.
얼마 전「삼성 심」이라는 괴상한 비밀사회를 만들어 20세기의「성처녀」가 탄생했다는 소문을 퍼뜨렸던「멜슈와르」형제의 경우가 두드러진 예. 알고 보니 현대판 성모「마리아」는「르베르셍」이란 시골 처녀로 가족들이 실종 계를 경찰에 내고 있었던 것.
결국「삼성 심」의 두목들은 납치와 불법감금 혐의로 쇠고랑을 차고 말았는데『분명히 나는 확언하느라. 바로 그녀는 오늘의 성처녀임을…』이라고 법정에서도 떠들었다고.
세인의 눈에 결코 띄지 않고 그래서 사회에서는 무관심의 대상으로 용납되고 있는 비밀사회는 목신숭배, 월 숭배, 태양숭배,「바카스」(주신)숭배 등을 비롯, 털 숭배, 배꼽숭배, 남근숭배까지 목적으로 하는 등 다양하기가 헤아리기 어렵다. 다만 이들에게서 하나의 공통분모를 추출해 낸다면『순수성의 추구』라고 할 수 있겠다.
「파리」17구의 한 미장원에는 토요일마다 배꼽숭배자들의 모임이 있다.
20여명의 여자들이 지하실에 모여 밤새 의식(?)을 치른다. 한 여인이 완전나체의 모습으로 반듯이 누우자 다른 여인들은 주변에 둘러앉아『출산 시 태아와 연결되는 태의 원천인 배꼽』을 예찬하는 타령 같은 노래를 읊조린다.
지하실은 향과 여인들의 열기로 가득 차고 무감각 상태로 떨어진 여인들은 일제히 단추를 끄르고 배꼽을 드러내어 주문을 외며 흐느적거린다. 물론 이때 남자들이 들어와 함께 배꼽을 들어낸 채 의식에 참석하기도 한다.
이들은 약 3시간에 걸친 반종교적 의식을 통해 가장 아름다운 배꼽을 소유한 연인을 꼴라 순수의 상징으로 삼기로 하고 모두가 단정히 앉아(물론 배는 드러낸 채) 일제히 주문을 왼다. 『과거로 빠져 들어간다. 세기의 배꼽으로 내려간다. 당신들은 배꼽으로 마음껏 호흡하라. 바로 그 곳에「아담」은 존재하리라. 그 밑바닥에서「아담」이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으리라. 「에덴」의 순수는 바로 이 구멍을 내려갈 줄 아는 사람들에게만 내려지리라…남성들은 순수성을 보는 순수한 한 쪽 눈을 옛날엔 가졌었다.
이 눈은 남성들이 죄를 범한 후 닫혀 버렸다. 순수성은 닫혀진 눈 속에 잠들고 있다. 외눈 거인들만이 순수의 눈을 지니고 있다. 배꼽 속에 다시 들어갔다 나와야 순수의 눈을 뜨게 할 수 있으리라…순수의 눈을 뜨게 하자-.』
새벽 3시, 드디어「순수의 눈」은 활짝 떠진다(?). 배꼽의식을 통한 순수의 개안…이를 축하하는 원시적 춤을 밤새워 추는 것으로 끝난다. 물론 이 춤은 순수성을 상징하는 것이며 여기에 술은 일체 부재 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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