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인터뷰] 탤런트 수 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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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안방극장에 두드러진 현상 한 가지는 여성 연기자들의 세대 교체다. 화려한 기대 속에 TV로 복귀한 대형 스타들이 줄줄이 쓴 맛을 보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이름값=시청률'이란 등식은 깨진 지 오래다. 대신 10~20대 초반의 신예 연기자들이 데뷔 1년도 안돼 주연자리를 꿰차는 기현상이 늘고 있다.

MBC 월.화 미니 시리즈 '러브레터'의 여주인공 수애(22)는 그 대열의 선봉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데뷔 9개월 만에 주연이 된 신데렐라다.

단막극 두 편과 MBC 주말극 '맹가네 전성시대'출연이 연기 이력의 전부다. 그리고 이 운 좋은 신인은 자신에게 떨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어느새 스타급 반열에 올라섰다.

*** 하도 울어 마음까지 우울

"과분한 인기에 감사드려요. 욕심을 버리고 드라마에 임한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난 신인이다, 주눅들지 말자, 당당하게 하자, 늘 이런 말을 되뇌면서 여기까지 왔어요. 욕심을 버리자는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어요."

도도하던 부잣집 소녀에서 고아인 악바리 여대생으로, 그리고 결국은 남을 위해 희생을 마다 않는 여의사까지….'러브레터'에서 그녀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지나오며 두 남자(조현재.지진희)사이에서 사랑의 희열과 고통을 연기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커다란 눈이 그녀의 매력 포인트. 네티즌들은 "그녀의 눈을 보면 따라 울 것 같다"는 의견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하도 울어 마음까지 우울해졌어요. 연기가 삶까지 바꿀 수 있더라고요. 일부 팬들은 제 허스키한 목소리가 멜로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시던데… 그래도 어떡하나요, 타고난 음성을 바꿀 순 없잖아요. 대신 주인공 은하의 마음과 진정을 시청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표정 하나하나까지 신경쓰고 있어요."

그렇다. 그녀의 눈물이 시청자들에게 옮아 간 모양이다. 현재 극중에서 수애는 치료가 불가능한 심장질환에 걸린 것으로 나와 죽음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연출자와 작가가 결말을 놓고 심사숙고한 결과 그녀를 죽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간 시청자들은 결말을 바꿔 '수애를 살려달라' 는 탄원서로 홈페이지 게시판을 가득 메웠다.

그 압력과 바람을 제작진이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네요. 요즘 일주일 내내 촬영을 하느라 지쳐 있었거든요. 시청자들이 제가 살기를 그렇게 바라신다니…, 아 왜 또 눈물이 나오죠?"

*** 필요 못느껴 대학 안가

누구나 신데렐라를 동경하지만 신데렐라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녀 역시 많은 팬들을 확보했지만 동시에 안티 세력도 덤으로 얻어야 했다. 하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그녀다.

이제 시작인 만큼 실력으로 보여주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그녀의 아버지가 구두 수선공이란 사실이 인터넷에 떠돌기도 했다. 그때도 그녀는 당당했다. 자신을 거짓과 위선으로 꾸미고 싶지 않다는 그녀 앞에서 질문한 사람이 오히려 머쓱해질 판이었다.

"서민들의 구두를 고쳐 주고 반짝반짝 광내는 일을 하는 아버지를 한번도 부끄럽게 생각한 적 없어요. 대학요? 필요성을 못 느껴 가지 않았어요. 나중에 공부하고 싶을 때 가면 되잖아요…. "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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