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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 때 경제교육, 여든까지 '밑천'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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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강일구

아이들 경제교육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부모가 경제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어린이에게 경제교육은 복잡한 경제수치나 주가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예를 들어 자녀에게 용돈을 일정기간마다 줄 때와 필요할 때마다 주는 경우는 다르다. 매달 용돈을 주면 돈을 체계적으로 사용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지만 수시로 돈을 주면 돈의 중요성을 모르기 쉽다. 이처럼 자녀에게는 재테크보다 소비 습관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들어 자녀들의 경제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자녀의 경제관념을 바로 세워주는 것이 미래를 위한 진정한 선물이다.

 ◆용돈 기입장 쓰게하라=워런 버핏의 부모는 어린 시절부터 버핏의 용돈을 철저히 관리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버핏이 용돈을 다른 곳에 써 학교 준비물을 사지 못하자 용돈은 물론 더 주지도 않고 엄한 벌칙을 가했던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기 시작하는 때는 언제가 좋을까?

 아주 어릴 적에는 필요한 물건을 부모가 직접 사주는 것이 좋다. 그러다 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부터 용돈을 스스로 관리하는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일주일 단위로 주다가 한 달 용돈으로 늘려 체계적 관리를 하게 도와준다. 이 때 용돈기입장을 작성하게 하게 하는 것이 좋다. 이런 습관은 굳이 돈을 사용하는 경제생활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체계적으로 생활을 하기 위한 첫 걸음이 될 수도 있다. 하루의 계획, 한 주의 계획과 일 년 단위의 관리와 돈을 모아서 좋아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계획까지 세우며 성취감을 느끼도록 한다. 어릴 때 용돈 기입장을 사용하던 습관은 어른이 되면 생활비를 정리하는 습관을 형성하고 가계부를 꼼꼼히 사용할 수 있는 능력도 키우게 된다. 즉 경제관념을 바르게 가진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이루게 된다. 용돈기입장 쓰는 요령은 용돈을 쓸 때마다 가급적 영수증을 받아 붙이게 한다. 또 각 페이지 제일 위에는 날짜를, 제일 아래 부분에는 영수증 금액의 합계를 적는다.

 ◆금융상품 체험=용돈이 모이게 되면 어떻게 관리하면 좋은지 생각해야 한다. 우선 자녀 이름으로 은행이나 증권사의 수시입출금 통장을 만들어보자. 자녀와 직접 은행 또는 증권사를 방문해 통장을 만들면서 금융회사에서 무엇을 하는지, 예금과 대출의 의미와 금리, 연체, 신용불량자 등의 경제용어를 설명해주면서 자녀들에 산 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은행의 자유입출금 통장의 금리를 비교, 체험 시키며 한단계씩 경제교육의 진도를 나가게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CMA는 채권, 기업어음(CP), 양도성 예금증서(CD) 등에 투자해 수익을 얻어 고객에게 돌려주어 이자율이 높은 것을 강조하고 은행의 자유입출금 통장은 금리는 적지만 돈을 넣고 빼는 데 제한이 없고 자동이체, 인터넷뱅킹 등 편리함을 강조하여 이용할 수 있다. CMA는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유의시켜 자신에 맞는 상품을 고르는 선구안을 키워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어린이펀드는 경제교육 교과서=수시입출금 통장과 더불어 어린이 펀드를 함께 가입해 첫 재테크를 경험하게 하는 것은 경제교육의 수준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출시돼 있는 어린이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는 총 56개다. 장기 투자하는 어린이펀드답게 저평가 가치주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꾸려져 있다. 자녀들이 주식과 채권이 무엇인지,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경제상황이 어떤지 관심을 갖기 시작하도록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자녀들과 영업점에 방문해 상품 가입 절차를 직접 겪어보게 해야한다. 이와 함께 어린이용 펀드운용 보고서를 자녀와 같이 읽어보면서 투자 자산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확인해보자. 또 금융회사의 경제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펀드별로 다를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운용사에서는 어린이 펀드 가입 고객들을 위해 경제교육 프로그램(경제캠프)을 운영한다. 인원의 제한이 있어 추첨을 통해 대상을 선발하지만 당첨되면 소중한 경제체험을 할 수 있다.

 어린이 펀드 가입시 유의할 점은 부모 등이 자녀 이름으로 대신 납입하는 방식인 만큼 증여세를 사전 신고하는 게 유리하다. 펀드 평가금액이 불어날 경우 자칫 ‘증여세 폭탄’을 맞을 수 있는 데다 불성실 신고에 따른 가산세까지 내야 할 수 있다. 현행법상 부모가 만 20세 미만의 자녀에게 1500만원, 성년 자녀에게 3000만원까지 주더라도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 제도는 10년 단위로 합산해 적용된다. 미성년 자녀에게 10년마다 세금을 내지 않고 합법 증여가 가능하다. 과세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적발될 경우 무신고 가산세 20%와 불성실 가산세(연간 10.95%)를 추가로 내야 한다. 어린이 펀드를 판매하는 일부 증권사나 은행은 가입자를 대신해 ‘증여신고 무료대행 서비스’를 해주기도 한다.

 어린이 펀드는 은행 적금과 비교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한BNPP엄마사랑어린이 적립식1호펀드의 경우 3년 수익률이 11.66%다. 물론 주식형 펀드의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나는 경우도 있지만 장기투자 시에는 은행에 맡기는 것보다 수익률이 나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금 측면에서도 혜택이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경우 주식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한다. 은행의 이자와 펀드의 수익금이 같을 경우 은행은 이자에 대해 15.4%를 과세하지만 펀드의 경우 수익금에서 주식 매매차익분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15.4%를 과세해 실제 과세되는 세금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 어린이 펀드의 경우 일반 펀드에 비해 보수가 저렴하다. 하지만 어린이 펀드의 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성과가 검증된 펀드 위주로 선택하는 게 좋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월27일 기준 설정액 100억 원 이상의 국내주식형 어린이 펀드의 1년 수익률은 최대 23%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가장 수익률이 양호한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 펀드의 1년 수익률은 17.75%였다. 이 밖에 ‘신영주니어경제박사’ 펀드가 6.87%, ‘신한BNPP엄마사랑어린이적립식’ 펀드가 2.37%, ‘NH-CA아이사랑적립’ 펀드가 1.49%로 성과가 좋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0.31%)나 주식형펀드 평균(0.53%)를 뛰어넘는 수익률이다.

 반면 ‘동양자녀사랑’ 펀드는 -5.32%, ‘우리쥬니어네이버적립식’ 펀드는 -2.96%로 부진했다. 5년 수익률도 ‘하나UBS가족사랑짱적립식’ 펀드가 86.56%인 반면 ‘미래에셋우리아이3억만들기’ 펀드는 51.08%로 35%포인트나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어린이펀드는 장기수익률이 우수하고 변동성이 적은 펀드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상품을 고를 때 설정액이 최소 50억원 이상은 되는 펀드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규모가 작은 펀드의 경우 전담운용인력을 따로 두기가 어려워서 수익률 관리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박찬영 객원기자

원금손실 없는 예금·적금도 유용

◆원금손실 싫다면 예·적금=주요 상품은 국민은행의 ‘KB주니어Star통장·적금·체크카드’ 시리즈는 어린이용 금융상품의 스테디셀러로 통한다. 우리은행의 ‘우리토마스통장·적금·예금’과 SC은행의 ‘자녀사랑통장’도 아이들의 저축습관을 길러주는 데 유용한 상품이다. 어린이통장 겉표지에 ‘뽀로로’나 ‘토마스’ 같은 인기캐릭터를 담아 어린이 고객들의 눈높이에 상품의 특징을 맞췄다. 또 어린이 상해보험에 무료로 가입해주기도 하고 학교입학 등과 같은 이벤트에는 가산금리도 제공하는 등 부가서비스도 다양하다. 어린이 통장은 만 18세까지 은행에서 가입할 수 있는 예금 또는 적금 상품으로, 일반 통장에 비해 많게는 2~3%까지 더 많은 금리를 제공한다. 이 통장을 통해 아이들은 세뱃돈이나 용돈 등의 수입을 관리하고 추가 수익까지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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