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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읽고 손편지 쓰고 가끔 생각 없이 머리를 식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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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제대로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가 다섯 개도 채 되지 않는다.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운전대를 잡기가 막막하다. 노래방기기 없이는 노래 한 곡을 온전히 부르지 못한다. 간단한 물건값도 암산으로 계산하기 어렵다.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다…스마트폰·태블릿PC 등 각종 디지털기기에 길든 현대인의 흔한 증상이다. 디지털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됐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디지털 치매·주의력 결핍·거북목증후군·안구건조증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디지털 디톡스(Detox, 해독)’ 바람이 불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할까.

첫째  디지털 치매를 경계하라

스마트기기 중독은 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증상이 ‘디지털 치매’다. 정식 병명은 아니지만 국립국어원은 ‘휴대전화와 같은 디지털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고 디지털 치매를 정의한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병수 교수는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기기를 쓰기 전에는 순전히 자신의 뇌기능에 의존해 정보를 기억하고 사고했다”면서 “하지만 스마트폰에 모든 정보가 담겨 있는 탓에 뇌를 직접 활용할 일이 줄면서 그만큼 뇌기능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뇌는 쓰면 쓸수록 발달하고 쓰지 않으면 퇴화한다. 일반 치매(알츠하이머 치매)는 세포손상이 일어나 상실된 뇌기능을 되살릴 수 없지만, 디지털 치매는 뇌의 일부 기능이 일시적으로 약화된 것이기 때문에 노력하면 회복될 수 있다. 전화를 걸 때는 스마트폰의 단축버튼을 누르거나 연락처 검색을 하지 않고 직접 번호를 누른다. 간단한 계산은 암산으로 한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기사보다 신문·책 같은 활자매체를 읽는 게 좋다. 친한 사람에게 손편지를 쓰는 등 아날로그적 생활로 회귀하는 것이 디지털 디톡스의 한 방법이다.

둘째  아무 생각 없이 휴식하라

뉴턴과 아르키메데스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멍하게 앉아 있다가 각각 만유인력과 부력의 원리를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동원 교수는 “멍하니 넋을 놓고 앉아있는 시간은 결코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머리가 휴식하고 생각을 재정비하는 창조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즉 뇌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호경 교수는 “스마트폰으로 가볍게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멍하니 TV를 보는 정도를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하지만 그 순간에도 뇌는 수많은 정보에 노출돼 특정 부위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정한 휴식은 스마트폰·인터넷·TV에서 벗어나야 한다. 명상을 통해 심신을 이완하거나 멍하니 앉아 하루 동안의 생각을 정리해본다. 새로운 것을 채우기 위해서는 일단 비워야 한다는 것을 명심한다.

셋째  운동으로 육체의 건강을 돌봐라

디지털디톡스는 뇌로만 하는 게 아니다. 김병수 교수는 “스마트폰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육체를 건강하게 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뇌는 인간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생각보다 적다. 예컨대, ‘전두엽을 활성화시켜야지’라고 마음먹어도 뚜렷한 방법은 없다는 것. 하지만 몸을 튼튼하게 하면 자연스레 뇌건강도 따라온다. 김 교수는 “심폐활량이 높은 사람은 우울증이 적게 걸린다”며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가장 명쾌한 정답”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하면 우울증·치매에 걸릴 확률이 적고, 스트레스도 감소한다. 스마트폰이나 게임에 중독된 자녀에게도 ‘게임 그만해, 하지마’가 아니라 ‘밖에서 야구시합 해, 축구를 해’라고 권장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넷째  오프라인 관계를 강화하라

스마트폰 중독자의 상당수는 SNS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게시물에 다른 사람이 댓글을 달거나 호응하지 않으면 우울해 한다. 또 다른 사람의 게시물에 댓글을 다는 행위에도 열중한다. 하지만 SNS는 가상의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 서로의 글에 ‘좋아요’를 클릭하며 쌓은 우정은 오프라인의 관계보다 깊지 않다. 가족·친구들과 만나 야외활동을 하거나 수다 떠는 시간을 늘린다. 직접 만나서 감정과 마음을 주고받는 대화는 뇌의 긴장을 풀어주고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의 작용을 촉진한다.

다섯째  올바르게 사용하라

스마트폰의 사용을 피할 수 없다면, 최소한의 규칙을 정한다. 먼저 자신이 하루에 게임·SNS·인터넷 중 스마트폰의 어느 기능에 불필요한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지 파악한다. 스마트폰의 어떤 특성에 중독돼 있는지 파악해야 더욱 효과적으로 탈출계획을 세울 수 있다. 꼭 필요한 앱 외에는 모두 지운다. 필수 앱을 5개 미만으로 정해 놓고 스마트폰을 자신의 사용목적에 초점을 맞추어 사용한다. 스마트폰 사용금지 구역·시간대를 정하는 것도 좋다. 무작정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기려고 하기보다 ‘아침 9시~12시까지 업무용 외의 스마트폰 사용 금지’ ‘퇴근 후 1시간은 스마트폰 꺼 놓기’ 라는 식의 목표를 정한다. 스스로 디지털 중독 증세가 심하다고 생각된다면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인터넷중독상담센터 상담콜센터 1599-
0075(연중무휴 오전 9시~새벽 2시)를 외워 두자.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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