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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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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2, 3년 동안 당국은 국산영화의 발전·보호육성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73년2월의 영화법개정은 당국의 영화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높은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그러나 당국의 영화에 대한 그같은 관심이 현실적으로 국산영화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돌이켜 볼 때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전현목씨는 영화법개정이후 우리나라영화계가 오히려 혼미를 거듭한 까닭은 법 자체의 운용에 헛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영화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법 자체에 결점이 있을 때는 보강해주는 관심이 더욱 아쉽다는 것이다. 김태수씨도 영화법개정의 근본 취지가 질적 수준향상에 뜻이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작년까지 양적인 면에서는 풍요를 보였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내세울만한 영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법 개정의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태수씨가 지적한바 영화기업이경제적인 면에서 호전되는 기미를 보였다든가, 전현목씨가 지적한바 지방흥행사의 횡포·부도수표 남발 따위의 악요계가 배제되었다든가 하는 것이 그것이다. 다만 영화에서 얻은 이익을 영화에 재투자하는 제작자의 양식이 결여된 것은 유감이라는 것이 참석자 3인의 공통된 견해였다.
연기자의 입장에서 하명중씨는 수준 높은 영화가 나오지 못한 이유를 우수영화제도 때문으로 보았다. 1년을 4·4분기로 나누어 분기마다 3편의 소위 우수영화를 선정, 1편씩의 외화 「코터」를 배정한 것은 국산영화를 졸속 제작케 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적돼야할 것은 국산영화 3편 제작에 1편의 외화「코터」를 배정한 이른바 제작「코터」이다.
이 제도는 75년 새해에 접어들어 6편 이상의 국산영화를 제작한데 대해 1편의 외화「코터」를 주는 방법으로 바뀌었으나 존속되는 우수영화보상제도와 함께 이러한 제도가 국산영화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는 의문이다. 전현목씨의 견해로는 제도를 떠난 영화 그 자체의 문제로서 수준 높은 영화가 제작되지 않고 있는 까닭은 제작자는 물론 감독·연기자들이 영화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74년에 이장호·홍파 등 젊은 감독들의 활약이 두드러졌지만 문제의식은 결여된 기교주의위주의 작품들이었다고 전씨는 비판했다.
요컨대 예술·흥행양면의 성공이 영화로서는 가장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그러나 김태수씨는 예술과 흥행을 별개의 것으로 보는데는 이견을 나타냈다. 김씨는 예술성도 높고 흥행에도 성공한 예로 이성구 감독의 『장군의 수염』을 들었다.
좀더 참신한 맛을 주기 위해서는 신인배우의 과감한 기용이 필요하고 74년 한해동안 상당수의 신인배우가 배출됐지만 하명중씨는 제작자들이 신인배우를 대거 기용한 것이 참신한 영화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제작의 안이성 때문이었던 탓으로 최소한의 성공조차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씨는 또한 영화의 대외적 상품은 배우이므로 배우에 대한 대우가 더 좋아지지 않고서는 훌륭한 연기자가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해 들어 다시 부각된 일본영화수입문제에 대해서는 참석자 모두가 일본영화 수입을 그처럼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일본영화가 언제든 수입될 것이라면 오히려 하루바삐 실현되는 것이 우리영화를 위해서 바람직하다는 것이며 다만 그것이 예술적인 차원에서만 이루어져야지 모든 일본영화에 대해 문호를 개방한다면 그 폐해는 걷잡을 수 없는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또 새해 들어 「붐」을 이루고 있는 문학작품의 영화화경향에 대해 김태수씨는 기술적인 향상문제에 아랑곳 않고 무조건 좋은 원작만 차지하려는 것은 커다란 문제점이 있다고 했으며 전현목씨는 제작자의 안역한 태도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마지막으로 새해의 영화계전망·희망에 대해 참석자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현목=무엇보다 영화법을 개정하기 위한 투쟁을 벌여야한다.
국산영화에 관심 없이 외화에만 관심 갖는 풍조도 없어져야한다. 외화는 진흥공사가 수입·흥행하여 그 수익을 국산영화육성에 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김태수=우선 기술면에서 향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최신식기재 도입이 시급하다. 전체영화인들이 예술가로서의 긍지를 살리고 금년을 「잃었던 관객을 되찾는 해」로 정해야 할 것이다.
▲하명중=영화는 민간외교와 첩경인데도 당국은 물론 영화인스스로도 이를 외면해왔다. 외국시장을 목표로 삼고 우리 영화인의 능력을 최대한 살려 영화제작에 임해야 할 것이다. <끝>

<참석자>
유현목(영화감독)
김태수(영화제작자)
하명중(영화배우)
때·장소=1월28일 하오2시 본사 회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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