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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를 유머러스하게 옷으로 풀었어요”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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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호 06면

“상 받을 줄 알았으면 런던에 갈 걸 그랬어요.” (웃음)

영국문화원·영국패션협회 선정 ‘2014 최고 디자이너’ 서혜인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패션 디자이너 서혜인(27)씨 목소리는 앳된 소녀처럼 들렸다. 서씨는 16일(현지시간) 영국문화원ㆍ영국패션협회(BFC)가 신진 디자이너에게 주는 ‘2014 최고 디자이너상’을 받았다. 런던 패션 위크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국제패션쇼(International Fashion ShowcaseㆍIFS)’에서 개인에게 주는 최고 영예다. 올해는 한국을 비롯, 일본ㆍ오스트리아ㆍ파라과이ㆍ베트남 등 27개국 146명의 디자이너가 경합을 벌였다.

영국 패션 중흥을 이끄는 두 단체가 주목한 서씨의 작품은 호러 영화를 소재로 재미있게 풀어낸 일련의 의상이다. 독일 영화감독 라이너 파스빈더가 1974년 발표한 영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Fear eats the soul)’가 그의 작품 소재가 됐다. 지난해 9월 가수 지드래곤이 발표한 ‘삐딱하게’ 뮤직 비디오에 등장하는 해골 무늬 인조모피 코트가 이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의상이다. 눈화장 진한 서씨의 보도용 초상, 공포 영화에서 출발한 디자인 감각으로 짐작했던 것과는 딴판인 목소리였다. “수상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그는 지난 5일 미국 뉴욕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첫 번째 패션쇼를 여느라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영국문화원과 BFC는 2012년 런던올림픽 기념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IFS를 처음 개최했다. 집행위원장은 BFC 신진 디자이너 발굴 홍보대사인 새라 모어(Sarah Mower)다. 패션잡지 보그 미국판 객원기자이기도 한 모어는 IFS가 “차세대 패션의 흐름을 점쳐보는 토대가 된다”고 했다. 영국문화원 건축ㆍ디자인ㆍ패션 담당관인 빅토리아 리처드슨은 IFS가 “차세대 디자이너가 런던 패션 위크에 진출하는 발판”이라고 소개했다. BFC는 IFS를 비롯, 패션 학교 재학생들을 재정ㆍ상업적으로 지원하는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리처드슨은 “패션이 창의 영국, 창의 런던의 기반이 된다”고도 했다. 이런 과정의 핵심 프로그램에 서씨가 선정된 것이다.

울산 출신인 그는 국민대 의상학과를 다녔다. 2006년 입학해 3학년 1학기를 마쳤다. 2008년 가을 런던으로 어학 연수를 갔고 이듬해 9월 벨기에 앤트워프에 있는 패션 명문 왕립예술학교에 입학했다. “우상인 교장 선생님이 계시고, 실험적이면서도 실무적인 교육 시스템으로 정평이 난 곳이라 택했다”고 했다. 그가 말한 교장 선생님은 월터 반비렌동크(Walter Van Beirendonck)다. 현역 패션 디자이너인 반비렌동크는 왕립예술학교 출신의 걸출한 디자이너 6인을 지칭하는 ‘앤트워프 6’ 멤버다. 더크 반샌(Dirk Van Saene), 드리스 반노튼(Dries Van Noten), 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 마리나 이(Marina Yee), 더크 비켐버그(Dirk Bikkembergs)가 나머지 5명이다. 1980~81년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를 졸업한 이들 6명 디자이너가 특출한 개성으로 패션계를 뒤흔들었다 해서 이렇게 불린다. 내년 6월 석사 과정 졸업을 앞둔 서씨는 “졸업 후 패션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와 함께 일해 보는 것이 희망사항”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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