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기술인력 수입에 세 번째 화살 성패 달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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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호 18면

실망스러운 경제성장률과 점점 늘어나는 무역적자. 아베노믹스를 둘러싼 각종 경고음에 대해 간노 마사아키(管野雅明·사진) JP모건체이스 일본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래도 아직은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아베 정권이 내세운 세 번째 화살, 성장 전략이 제대로 자리 잡기만 한다면 최근의 변동성은 일시적 혼란으로 그칠 거란 얘기다. 그는 “아베노믹스 성패는 어떻게 해외에서 고급 인력을 유치해 생산성을 높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간노 마사아키 JP모건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4분기 경제성장률이 너무 낮게 나왔다.
“내수는 오히려 늘었다. 무역수지 적자가 심해진 게 문제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경기침체가 원인이다. 일본 수출 물량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다. 더 구조적 문제는 생산라인의 해외 이전이다. 엔화가 싼데도 일본 기업은 계속 공장을 나라 밖에 짓고 있다. 즉 엔저 수혜를 별로 못 받는다.”

-왜인가.
“신흥국은 워낙 임금이 싸 엔화 약세를 감안해도 해외 생산이 유리한 데다 수출을 하려면 현지에 공장을 지어야 수요와 유행 변화에 대처하기가 좋다. 또 하나, 엔저에 대한 불신도 있다. 2004~2006년 엔저 때 일본에 공장을 지었다가 엔화 가치 급등에 고통받은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이번 엔저 현상이 얼마나 오래가겠느냐’고들 생각한다.”

-최근의 지표가 아베노믹스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보나.
“그렇게 평가하긴 이르다. 결론을 내려면 시간이 걸린다. 일단 아베 정권의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문제는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정책인데, 실행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기대치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거다.”

-개인적인 평가는.
“지금까지는 실망스럽다. 아베 정부가 ‘위기 의식(sense of urgency)’이 부족하다. 정권 초기엔 위기 의식을 갖고 구조개혁책을 발표했지만, 최근 경제가 조금 나아지니 동력을 잃었다. 정부나 국민이나 ‘최근 경제가 상대적으로 좋아졌다’고 느낀다. 자연히 ‘꼭 그렇게 구조조정이 필요하냐’고 생각한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외면한단 건가.
“지켜볼 만한 변화는 있다. 다음 달 세부안이 발표되는 국가전략특구(free economy zone)가 대표적이다. 특구 내 세금 혜택과 규제 완화 등으로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게 목표다. 법인세 개혁도 핵심이다. 지금 35%인 법인세를 25% 이하로 낮추지 않으면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 어렵다.”

-결국 외국 기업 유치가 핵심인가.
“단순히 일자리와 내수를 늘리는 게 문제가 아니다. 고급 기술인력을 들여와 혁신을 배우는 것이 일본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유일한 방법이다. 한국과 유럽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정부가 과연 이런 정책을 실행할 의지가 있느냐다.”

-어떻게 될 거라 보나.
“일본은행(BOJ)이 얼마나 오래 시간을 벌 수 있는지, 또 그 전에 얼마나 일본 정부가 당면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물가 상승률이 2%에 도달하기 전엔 양적완화로 일본 경제가 호황을 누릴 거다. 그런데 물가 상승률이 2%에 이르면 금리가 오를 거고, 국채 이자 부담으로 정부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 전에 막대한 재정 부채를 줄이거나 성장동력을 확충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위기에 빠질 수 있단 건가.
“아주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할 거다.”

-4월 소비세 인상이 분수령이 될 텐데.
“소비세 인상은 일시적 문제에 지나지 않을 거라 본다. 1997년에 소비세 인상을 했을 때도, 월간 지표를 살펴보면 잠시 소비가 주춤하고 석 달 만에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이후 경기침체가 온 건 세금 인상이 아니라 아시아 외환위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신흥국 위기만 아니면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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