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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보석 치아, 스트레스에도 망가집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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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치과병원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란 것은 치아와 구강 건강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우리 국민이 받는 정치·사회·경제적 고통이 줄어들어야 치아도 건강해진다는 말입니다. 나이 들어서도 건치(健齒)를 유지하려면 스트레스를 최대한 피하고 줄이는 삶의 지혜가 필요해요.”

치과 분야에서 국내 최대·중심병원인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류인철(57) 원장은 치과 진료를 하다 보면 환자가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 대충 짐작된다고 말한다.

“사업 실패를 하거나 큰일을 당하면 평소엔 10∼15년에 걸쳐서 나타날 치아 주변 염증이 1년 만에 진행되기도 합니다. 마음고생이 심하면 치아도 나빠지게 마련이죠.”

그는 또 치아 건강을 위해선 자신만의 치과 주치의를 두고, 치과는 아프고 힘들게만 하는 곳이 아니라 심심할 때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여기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원장은 17일부터 2년 임기의 대한치과병원협회(69개 치과병원 모임) 회장으로 취임했다.

18일 오후 그의 집무실에서 국내 치과 분야의 현안들과 건강한 치아 지키기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2004년 서울대병원에서 독립해 특수법인(서울대 치과병원)으로 출범한 지 올해로 10년째다. 독립하길 잘했나.
“치과병원이 서울대병원 산하에 있던 과거엔 치과 쪽 사업이나 현안들이 후순위로 밀리기 일쑤였다. 인사권·예산권이 없어 상대적인 박탈감도 컸다. 2004년 분립안이 제기됐을 때 전반적으로 반대 분위기가 우세했으나 당시 박용현 원장이 (분립을) 도왔다. 분립 이후엔 수익성이 낮아 일반 병원에선 관심이 적은 분야인 장애인 치과 진료, 구강암, 악기형수술(얼굴성형·구순구개열) 등을 더 많이 다룰 수 있게 됐다.”

-서울대 관악캠퍼스 내에 관악첨단치과의료센터를 세우고 있는데.
“올 11월까지 지하 3층, 지상 5층 규모의 의료센터를 완공하고 12월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곳에선 융합 임상연구에 주력할 계획이다. 주변의 다문화 가정·장애인 등 의료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의료에 역점을 두어 운영할 예정이다. 서울대 교직원과 학생, 그 가족들도 진료한다. 관악구 등 주변 치과 개원의들과 공생하기 위한 협의과정도 마쳤다.”

-지난해 7월 병원장 취임 후 줄곧 강조하고 있는 통합진료는 무엇인가.
“통합진료는 환자 중심의 진료다. 우리 병원엔 10개 임상과(진료과목)가 있는데 일상적으론 한 임상과에서 진료를 마친 환자가 다른 과에선 신환(新患)이 된다. 환자에겐 불편하기 짝이 없다. 통합진료는 한 공간에 여러 전문과의 의사들이 모여 환자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의사들의 반대도 심할 것 같다.
“물론 우리 병원 모든 의사들이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현재 14명의 의사가 통합진료에 동참하고 있다. 2000년께 통합진료실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데 환자들의 호응이 컸다.”

-본인의 치아는 안녕한가.
“3남3녀 중 다섯째인데 치아를 다 갖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이가 나쁜 것이 가족 내력이다. 치대에 입학해 잇몸 치료를 꾸준히 받고 관리하는 방법을 제대로 익힌 덕분이라 생각한다. 치아 건강은 관심에 비례한다.”

-예부터 이는 ‘오복(五福)의 하나’로 예찬됐다. 치아는 사람에게 무엇인가.
“28개의 ‘보석’이다. 치아는 신체의 다른 부위와 똑같이 중요한데 사람들은 치아·구강·악안면을 상대적으로 경시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소중한 치아를 오래 보전하려면 이를 귀하게 여겨야 한다.”

-운동선수들처럼 이를 꽉 무는 것은 치아 건강에 해로운가.
“이가 많이 마모된 사람을 보면 ‘세상을 너무 험하게 살았네요’라고 말을 건넨다. 긴장하고 집중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이를 꽉 다물게 마련이다. 야구선수들이 배팅할 때마다 이를 강하게 무는 것과 같다. 이에 미치는 자극이 적절한 수준을 벗어나면 치아 건강에 해롭다. 치아가 망가진 프로야구 선수들이 많은 것은 그래서다. 치아는 잇몸 뼈 속에 심어져 있는데 충격 흡수 역할을 하는 치주 인대에 과도한 힘이 가해지면 뼈가 흡수되기 시작한다. 나중엔 이가 깨질 수 있다. 야구나 역도선수에겐 마우스 가드를 끼고 경기나 훈련을 하라고 권한다. 국가대표 역도선수를 대상으로 마우스 가드의 착용과 비(非)착용 상태에서 기록을 비교한 결과 마우스 가드를 끼었을 때 기록이 더 좋았다.”

-국민의 치아 건강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려면.
“스케일링을 정기적으로 받고 실런트(치아 홈 메우기)와 불소 도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치 등 치과 검진은 매년 두 번은 받아야 한다. 현재 20%대인 치과 검진율을 80% 이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스케일링을 꾸준히 받으면 90% 이상은 대부분의 치아를 지킬 수 있다.”

-스케일링은 어느 정도 시간 간격을 두고 받는 것이 좋은가.
“6개월에 한 번씩 스케일링 받을 것을 권하고 싶다. 평소 이를 자주 닦고 칫솔질을 바르게 하는 사람이라도 1년에 두 번은 치과에 방문해 스케일링과 함께 다른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토마토가 익으면 (수익이 줄까봐) 의사 얼굴이 파래진다’는 속담이 있다. 건치율이 높아지면 치과의사는 손해 아닌가.
“치과 의사들이 틀니·보철·임플란트 등 새로운 치료영역을 개발하는 것은 이제 끝내야 한다. 지금은 치아를 잘 유지·관리하고 치아 질환을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둘 때다. 스케일링 수가를 현실화하는 등 예방을 위한 치과의사들의 노력을 적절히 보상해 준다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

그는 대학병원장으론 드물게 직접 서울 마포에서 치과의원을 개원한 경험이 있다. 병원장이 된 뒤에도 매주 이틀 이상 환자를 진료한다. 주변에서 ‘병원 경영에만 집중하라’는 조언도 듣지만 직접 진료를 하지 않으면 환자들의 애로사항 등 현장감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박태균 식품의약 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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