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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담화 요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나는 오늘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에게 다시 한번 중대하고도 현명한 결단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지난 1972년 11월 2l일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주권자의 절대적 총의로써 안정과 번영, 그리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의 절실한 염원이 담긴 현행 헌법을 확정하고 국정 전반에 걸쳐 일대 유신적 개혁을 단행하기 위한 새로운 헌정 질서를 이 땅위에 출범케 하였읍니다.
현행 헌법과 이에 기초를 둔 유신체제는 변전 격동하는 내외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모든 낭비와 비능률을 제거하여 국력 배양을 가속화하고 이를 조직화하려는 국정 체제이고, 우리의 역사적 현실에 가장 알맞은 건전한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능케 하는 헌정 질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이 헌정 질서를 유지하면서 국력 배양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어 왔읍니다.
지금, 여러 나라들이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자원난 때문에 기아와 실업 사태의 위협 속에서 시달리고 있으며, 심지어 선진국들까지도 이 난국을 제대로 이겨내지 못한 나머지, 경제적으로나 또는 정치·사회적으로나 크나큰 혼란을 겪고 있음을 볼 때 우리가 이 정도나마 국민 생활의 안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북한 공산 집단의 위협에 대처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10월 유신으로 이룩된 질서 있고 능률적인 국정 체제 속에서 정부와 국민이 일치단결, 땀흘려 노력해 온 결과인 것입니다.
우리가 자유와 민주를 입으로만 외치면서 그 근본이 되는 국력 배양을 소홀히 하고, 자유 아닌 방종과 민주 아닌 혼란만을 조장한다면 북한 공산 집단은 대화는커녕 오히려 우리의 분열과 혼란을 틈타 적화 통일을 위한 갖가지 책동과 도발을 더욱 격화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 생활의 안정 기조는 파괴되고 건전한 민주주의의 발전 또한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현행 헌법과 이를 바탕으로 한 유신체제는 난국에 처한 우리 국가와 민족이 살아 나가기 위한 단 하나의 길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사회의 일각에는 유신체제와 현행 헌법의 철폐를 선동하면서 헌법 절차를 무시하고 헌정의 기능을 마비시키려 획책하는 인사들이 있으며 이들은 심지어 「8·15」의 만행과 비무장지대 안의 남침 땅굴을 눈앞에 보고도 북으로부터의 남침 위협이 없다는 등 무책임한 언동으로 국가의 안보마저 정치 도구화하여 국론을 분열시키고 사회 혼란을 조성함으로써 국민 총화를 저해하고 있읍니다.
이와 같은 언동을 계속 방치해 둔다면 국민의 총화·단결은 파괴되고 국력은 분산, 약화될 것이며 사회질서의 문란으로 국민 생활의 안정 기조와 경제발전은 저해되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내부분열과 혼란은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이른바 「인민 민주주의 혁명」을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케 될 것이며 북한 공산 집단에 무력 남침의 기회를 줌으로써 국가의 안전 그 자체마저도 위태롭게 하는 중대 사태를 야기하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제반 여건에 비추어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한반도를 적화 통일하겠다는 폭력 혁명 노선을 포기하고 북으로부터의 위협이 없어질 때까지는 현행 헌법을 철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소신입니다.
나는 도리어 이 헌법을 계속 수호하고 유신체제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이것이 내가 대통령으로서 국가 중요 정책을 수립, 집행해 나가는 국정의 기본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헌법 49조의 정하는 바에 따라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현행 헌법을 계속 수호해야 한다는 나의 국가 중요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함으로써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에게 그 찬반을 직접 물어 보기로 결심하였읍니다.
그리하여 국론을 통일하고 유신체제의 역사적 당위성과 국민적 정당성을 재확인함으로써 국가를 보위하고 국리민복을 증진하여야 할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더욱 성실히 수행할 결의를 새롭게 하였읍니다.
우리 국민은 현행 헌법을 우리 나라의 기본법으로 정하고 민주적 절차로 정부를 세웠으며 우리 국민은 각자의 생업에 최선을 다하면서 응분의 자유를 향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회를 혼란시켜 가면서까지 회복하여야 할 「자유」나 「민주」가 따로이 더 있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하물며 사회질서를 파괴하고, 폭력으로 국가 변란과 정부 전복을 기도한 범죄 행위를 마치 민주 회복이요 자유인양 착각하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을 비방하는 일부 인사들은 언필칭 「민주 회복」이니 「자유」니 하는 그럴듯한 구호를 내세워 헌법만 고치면 자주국방, 자립 경제도 저절로 해결되고 하루아침에 국민 모두가 다 잘살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민심을 현혹시키고 사회를 어지럽히면서 헌정 질서의 파괴를 선동하고 있읍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작폐가 빚었던 국력의 분산과 낭비, 무질서와 비능률이 과연 우리 국가와 사회에 얼마나 커다란 해를 끼쳤는가는 국민 여러분이 너무나도 다 잘 알고 있을 줄 믿습니다.
우리는 결코 이것을 진정한 자유, 진정한 민주라 말할 수 없읍니다.
그것은 이름만 자유요 민주이지 기실은 방종이며 혼란이요 무책임인 것입니다.
자유와 민주는 지금 헌법을 반대하고 있는 일부 사람들만이 갖고 있는 전유물이나 특수한 지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국민 누구나가 지금 다같이 향유하고 있으며 또 계속 가꾸어 나가야 할 보편적 행동 규범인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되, 다수의 의사로 결정짓는 것이며, 선의의 경쟁으로 국민의 심판을 묻되 그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것이며, 자유와 권리를 향유하되 타인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보다 더 큰 자유와 국가의 안전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향유되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또다시 그 방종과 혼란, 무책임과 비능률로 되돌아가는 것은 국가·민족의 발전을 가로막는 커다란 과오이며 민족사에 일대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정치 풍토 속에서는 누가 이 나라의 국정을 맡는다 하더라도 참다운 애국 애족의 경륜을 소신 있게 펴 나가기란 불가능하다 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나는 이번 국민투표를 비단 현행 헌법에 대한 찬반 투표일뿐 아니라 나, 대통령에 대한 신임투표로 간주하고자 합니다.
나 개인은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위해 이미 나의 모든 것을 다 바쳤읍니다.
만일 우리 국민 여러분이 유신체제의 역사적 당위성을 인정하지 않고 현행 헌법의 철폐를 원한다면 나는 그것을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으로 간주하고 즉각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이 현행 헌법을 계속 수호해야 한다는 나의 국가 중요 정책에 찬성한다면 나는 여러분의 신임과 지지 속에서 더욱 성실히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할 것을 다짐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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