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러 일본 간다던 동생 40년만에 사할린서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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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40년전 돈벌러 일본으로 건너간 후 소식을 모르던 아우의 안부편지가 뜻밖에도 소련「블라디보스토크」에서 왔다.
서울영등포구목동221 김기문씨(65)는 17일 1934년 19세의 나이로 돈을 벌겠다면서 일본으로 건너간 뒤 소식이 끊겼던 동생 기선씨(60)가 소련「블라디보스토크」에 살고있다는 항공우편을 받았다.
낮선 소련제 봉함 엽서에는 『남조선 경기도 김포군 양동면 목동리221번 김덕성 이나 김기문 찾아주시요』라고 서문 한글로 씌어 있었다.
이밖에 엽서상단에 적힌 한국(KOREE)이라는 국명과 발신인 주소, 기선씨 이름은 정확한 소련말로 적혀있었다. 『두 형님 양주분께서 기테후 일향 만강하시옵니까』로 시작된 편지는 지난23일 기선씨가 붙인 뒤 사일만에 먼길을 돌아 기문씨 에게 배달된 것이다.
편지내용은 소련 땅에서 가족과 함께 잘 지내며 그 동안 교통 길을 알지 못해 편지를 못하다가 내고향(남한)과도 편지소통이 된다는 말을 듣고 이제야 편지를 띄운다고 용서를 빈뒤『앞으로 더 오래 살면 만날 날이 있겠지요. 소청년에 떠난 제가 이제는 백발이 되었다』면서 현지에서 권이라는 우리여인과 결혼, 1남1녀를 두었으나 장남은 죽고 딸만 남았다고 적혀있었다.
편지에 적힌 기선씨 주소는「블라디보스토크」시「블로차·에프스카야」가10의1.
편지를 받아 쥔 기문씨는『아마 우리 두 형제가 모두 살고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무척 기뻐할 것』이라며 속히 가족사진을 찍어 회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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