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혜민, 괴물의 손녀 꺾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여류국수 김혜민 7단이(왼쪽) 일본의 리나 2단을 꺾고 첫 승을 올렸다. [사진 한국기원]

제4회 황룡사쌍등배 5국에서 한국의 여류국수 김혜민 7단이 일본의 후지사와 리나(藤澤里菜) 2단을 흑 불계로 격파하며 첫 승을 올렸다.

일본 여자바둑의 샛별 리나는 중국의 선봉 송용혜(22·중국명 쑹룽후이) 5단의 4연승을 저지했으나 김혜민에겐 완패했다. 김혜민은 21일 중국의 루자 2단과 대결한다. 한국은 이민진 7단과 이슬아 3단이 송용혜에게 져 탈락의 고배를 마셨으나 아직 김혜민 외에도 여류명인 최정 4단과 세계여자바둑의 여왕이라 할 박지은 9단이 남아 있다. 중국은 4명, 일본은 3명.

 일본 대표로 출전해 중국 대표 송용혜 5단의 4연승을 저지한 후지사와 리나 2단은 일본 바둑의 전설이자 일세의 ‘괴물’이었던 후지사와 슈코(藤澤秀行) 9단의 손녀다. 조훈현 9단의 실전 스승이기도 한 슈코는 2009년 타계했는데 ‘67세 타이틀 획득’이란 깨질 수 없는 대기록을 남겼고 평생을 술과 기행·도박 등으로 보낸 기인이자 천재였다. 그 피를 이어받은 리나는 1998년생으로 올해 16세. 2010년 11세6개월의 나이로 입단하며 일본의 최연소 입단기록을 42년 만에 갈아치웠다. 그 전까지는 조치훈 9단의 11세9개월이 기록이었다. 세계대회에서는 거의 주목받지 못하는 일본 팀이지만 송용혜를 격파한 리나의 신선함에 일본의 기대는 물론이고 한국과 중국에서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송용혜는 하얼빈에서 태어난 중국동포(조선족)로 이미 5년 전 한·중·일 단체전에서 6연승을 기록했던 중국 여자바둑의 강자다.

 황룡사쌍등배가 열리고 있는 장쑤(江蘇)성 장옌(姜堰)시는 청(淸)대의 국수 황룡사의 고향으로 중국 갑조리그에도 참여하는 강북 바둑의 중심이다. 한·중·일 여자단체전인 이 대회는 각국 5명의 대표가 출전하며 남자의 농심배와 똑같이 연승전 방식으로 진행된다. 1차전인 1~7국이 16~22일 치러지고 8~14국은 4월 장옌시에서 이어진다.

 중국이 1, 2회를 가져간 이 대회에서 한국은 지난해 첫 우승을 일궈냈다.

박치문 전문기자

▶ [바둑] 기사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