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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인생 성공전략 ② 상황별 노후 대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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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중국에 한 병사가 있었다. 그는 이웃 나라와 전쟁이 벌어지자 전쟁터에 끌려 나갔다.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한탄하던 어느 날 시 한 편을 지었다. ‘생이별한 뒤 하염없이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부인을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진다. 살아 고향에 돌아가면 오래오래 같이 살자’는 내용이다. 『시경』에 나오는 ‘백년해로’의 유래다.

 백년해로는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평생을 함께 한다’는 우리 속담과 비슷한 뜻이다. 그러나 정말 남편과 부인이 한날 한시에 눈을 감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한번 따져보자. 여성의 평균수명은 84세, 남성은 77세다. 동갑내기라면 여성이 남성보다 7년을 더 산다. 그러나 결혼 평균연령은 여성 29.4세, 남성 32.1세로 세 살 어리다. 평균수명과 결혼연령 차이를 감안하면 부인이 남편보다 10년은 더 산다는 계산이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고령가구를 조사했더니, 2010년 기준 세 집 건너 한 집(26.3%)꼴로 여자 혼자 살고 있었다. 이는 20년 전인 1990년 10.6%에 비해 2.5배로 급증한 것이다. 이들이 혼자된 원인도 남편과 사별이 95.4%나 됐다.

 고령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젊은 여성들 중에도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30대는 아줌마로 불렸다.

요즘은 젊은 여성들 사이에 ‘몇 살까지는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사라지면서 만혼이 일반화되고 있다. 30대 초반 여자 열 명 가운데 세 명꼴로 미혼이다. 나이가 들수록 배우자를 찾기 힘든 현실로 미루어 혼인 자체를 포기하는 골드미스가 앞으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결혼을 했든 안 했든 혼자 살 확률이 크다면 여자 입장에선 자신의 노후는 스스로 챙기는 수밖에 없다. 그것도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지 않으면 노후가 고단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음은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전하는 여성의 상황별 노후준비 방법이다.

▶골드미스=자신을 돌봐 줄 사람이 없을 경우가 많으므로 더욱 철저하게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골드미스는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게 되면 병원비 및 간병 문제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게 되며 무엇보다 본인의 유일한 경제활동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타격이 다른 여성들보다 클 수 있다.

 때문에 골드미스는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같은 ‘3층 연금’으로 노후를 든든하게 준비해야 한다. 더불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의료비 지출과 개인의 소득활동 상실을 대비한 보험을 구비해두는 게 바람직하다.

▶맞벌이=본인이 소득활동을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기 이름의 연금자산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맞벌이 여성은 국민연금으로 기본적인 노후준비를 하고 더불어 퇴직연금을 잘 관리해 추가적인 현금 조절(흐름)을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편과의 사별 이후 앞서 제시한 약 10년의 삶을 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연금수령 시기를 잘 조절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남편 명의의 연금은 은퇴생활 초기에 받고 본인 명의의 연금은 은퇴생활 후반부에 수령할 수 있게 조절해 놓는다면 혹시 모를 남편 사망 이후에 홀로 보낼 노후의 삶을 어느 정도 대비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퇴직연금이 없는 자영업자 맞벌이 여성이라면 연금저축을 활용하기 바란다. 연금저축은 매년 저축한 금액 중 4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노후자금을 마련하면서 절세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전업주부=전업주부는 위의 두 경우보다 더 답답한 상황이다. 남편을 내조하면서 자녀 뒷바라지하기도 바빠 자신의 노후준비는 언감생심일 수 있다.

그러나 사정이 허락하는 한 전업주부는 가급적 일찍 노후준비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을 가장 먼저 중요하게 챙겨야 한다. 국민연금의 경우 최소 10년을 납입해야 60세 넘어 연금을 탈 수 있다. 따라서 직장에 다니지 않았거나 다녔더라도 10년을 채우지 못했다면 임의가입을 통해서라도 납입기간을 채우는 게 좋다.

 전업주부가 노후준비를 위해 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보험상품 활용이다. 보험상품 중에서도 연금보험을 추천한다. 이때 남편보다 오래 살 확률이 높은 본인을 피험자로 지정해 놓는 게 좋다.

전업주부는 흔히 남편이 ‘다 알아서 하겠지’라고 별 생각 없이 노후준비를 소홀히 하거나 ‘자식들이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을 했다간 나중에 큰 코 다칠 수 있다. 이런 생각은 구시대적 발상으로 하루 빨리 던져버리고 홀로서기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사회가 갈수록 각박해지면서 자기 삶은 스스로 책임지지 않으면 힘든 세상이다.

서명수 재테크칼럼니스트

서명수
재테크칼럼니스트

 서명수 재테크칼럼니스트 재무설계 전문 기고가다. 2010년부터 중앙일보 경제섹션에 매주 실린 재산리모델링 코너를 맡아 200건이 넘는 지면상담을 진행했다. 최근엔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에 ‘은퇴성공학’을 주제로 연재물을 기고하고 있다. 중앙일보 경제부와 중앙경제 증권부 등을 거친 경제 전문기자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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