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 정가-정기국회 폐막 이후의 여·야 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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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원외의 개헌공방이 20일 광주에서 막을 올렸다.
김종필 국무총리는 『정부는 헌법이 어떻다, 체제가 어떻다 하는 말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고 호헌을 강조했고 신민당의 김영삼 총재는 『개헌추진은 구국운동이며 정부·여당은 개헌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궁지에 와있다』고 역설했다.
김 총재는 15명의 소속의원 등 당원들과 함께 가두시위까지 벌여 대여당 강경투쟁노선을 뚜렷이 한 반면 김 총리는 『안정을 훼손하는 일체의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단호한 결의를 표명.
연말의 개헌공방은 신정기간을 넘기면 1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대결양상을 띠게 될 것 같다. 본격접전을 앞둔 여 야의 예비전도 조용하지만은 않다.

<「사랑방 좌담회」활용>
공화당과 유정회는 도시권(대도시 포함)과 지방선거구 유형으로 대별해서 「특별활동계획」을 짰다.
대화활동을 위해서는 ▲언론계 ▲학계 ▲법조계 ▲종교계 ▲노동계 ▲교육·문화계 ▲향군 ▲청년·체육계 ▲여성계 ▲사회단체 등 10개 반을 편성.
수도권에 신경을 쓰는 것은 특히 도시여론을 의식한 때문이며 그래서인지 변두리 서민층을 찾아 연탄문제 등의 민원사항 해결까지 계획하고 있다.
좌담회와 함께 대학생의 귀향 봉사활동을 격려하도록 지침을 세운 것도 내년 봄의 학원사태에 대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당의 이 같은 활동에는 경비가 들게 마련.
지난해 귀향 의원들에게 1백만원씩 지급했던 예에 비추어 이번에도 1백만원 이상의 활동비가 나오리라는 기대를 하고있다.

<여의원들 행정부 공격>
의원들의 귀향활동을 앞두고 열린 20일의 공화 유정 합동의원「세미나」에서는 국무위원과의 간담회가 베풀어졌으나 행정부를 성토하는 의원들이 많았다.
의원들의 발언을 옮겨보면-.
▲이병옥 의원=행정부 각료들의 여당권에 대한 자세가 요즘 같아서야 어디 총화유신이 되겠는가. 국회회기 말에 무더기로 법안을 제출하는 것이 바로 장관들이 국회를 경시하는 단적인 예다. 솔직히 말해서 통과는 다 시켰지만 무슨 법안을 통과시켰는지 내용도 잘 모르겠다. 장관들은 자신을 소모품으로 생각하고 윗분에게 책임을 돌리지 마라. 발뺌이나 하고 책임질 일은 뒤로 돌려서야 되겠는가(박수).
▲홍병철 의원=장관들은 의원들이 요구하는 귀향활동자료를 좀더 성실하게 제공해 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김용채 의원=정부가 막걸리 제조용 밀가루에 대한 보조를 안 해준다는데 막걸리는 농민 영세민의 반식량이 아니냐.
결과적으로 농민의 부담이 늘어나고 가격이 너무 올라가면 밀주의 우려까지 있지 않은가. 8만원 하던 소값이 2만5천원으로 떨어져 유축농가에서 소를 안 키우려 한다. 농민이 안 키우면 쇠고기 값이 또 뛸 것 아니냐. 또 뛸텐데 그 대책은 무엇인가.
▲장기형 의원=정부는 계속되는 경제불황에 대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으며 내년도 경기전망은 어떤가.
▲최재구 의원=76년까지 농어촌 전화사업을 완료하겠다고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는뎨 계속 늦어지고 있으나 그 대책은 무엇인가.
▲김명회 의원(유정)=부정부패의 근절대책은 없는가.

<『민주새야』부르기>
한편 개헌원외투쟁을 광주에서 재개한 신민당은 개헌추진 시·도지부현판식의 시발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김 총재는 『신민당의 여건으로 보아 잘된 것 아니냐』고 자평. 이택돈 대변인은 『「데모」까지 할 수 있었으니 성공적』이라고 했고, 견습차 왔다는 김명윤 강원도지부위원장도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하다』고 했다.
신민당은 전남도지부현판식에서 공설운동장에서 쓰는 고성능「마이크」를 빌어 당사 옥상에 장치, 연설이 멀리까지 들리도록 했는데 앞으로 다른 곳의 현판식 때도 이런 방식을 쓸 계획.
현판식에서의 김 총재와 참석 의원들의 연설은 한결같이 강경한 게 특색.
이중재 의원은 이날 아침의 먹물세례에 대해 『그 자를 어디서 보냈는지 모르지만 또다시 염산을 던질지 누가 아느냐』고 했다.
이날 현판식과 시위를 공화당 경북도지부 요원 한사람이 시종 지켜보았는데 다음 차례로 27일에 열릴 신민당 경북도지부현판식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신민당은 김 총재가 참석하는 도지부현판식과 병행해 지구당현판식도 진행. 19일에 열렸던 대구 동·남 지구(위원장 신도환) 현판식에선 『새야 새야 파랑새야』곡을 붙인 『민주새야』란 노래의 개창운동을 벌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채택.

<세비 가불 간신히 해결>
아무래도 돈이 많이 드는 세모를 맞아 국회의 세비가불금지에 묶인 야당 의원들은 어려움이 많다.
대부분의 야당 의원들은 두, 석달 분의 세비를 미리 당겨 쓰고있는 실정인데 야당 의원들의 예산심의 「보이코트」후 더 이상의 세비가불이 중지되어있는 상태.
그래도 그 동안은 의원들의 당비납부분만은 일률적으로 가결을 해주어 이럭저럭 당 살림을 꾸려왔으나 정기국회가 끝나자마자 19일 그것마저 곤란하다는 통고가 와 류치송 사무총장과 김형일 총무가 국회 측과 교섭을 벌여 간신히 해결을 보았다는 것.
그러나 부산·경남출신 의원들이 시·도 지부 당사를 마련키 위해 갹출키로 한 1인당 5만원씩은 가불이 안되고 있어 황낙주 의원 같은 이는 『호주머니를 터는 것마저 원외활동에 쓰일까봐 막는 것 같다』고 불평이다.
그래도 의원 대부분이 선거구에 보낼 달력을 준비중인데 선거구가 넓어져 약 1백만원의 비용이 든다는 것. 김윤덕 의원 같은 이는 『달력과 지역구 현판식 등 귀향활동비용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라며 『선거구도 없는 유정회 의원이 왜 우리와 똑같은 세비를 타는지 화가 난다』고 엉뚱하게 유정회에 화살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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