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자 반성하면 즉각 사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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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광주=허준 기자】김종필 국무총리는 19일 『현재 옥고를 치르고 있는 사람들이 잘못을 느끼고 깊이 반성한다면 정부는 내일이라도 사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저녁 광주여상 체육관에서 베풀어진 전 남북 출신 국민회의 대의원 5백여명을 위한 「리셉션」에서 구속인사 석방문제에 관해 언급, 『밤낮으로 떠들고 있는 것이 문제해결에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박 대통령은 사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때는 언제든지 사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누군들 엄동설한에 옥고를 치르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있겠으며 다스리는 사람이 더 안타까울 때가 있다』고 말하고 『법을 어긴 사람을 무질서하게 내놓으라고 하면 오히려 무질서를 자초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정부는 대부분의 국민이 원하는 것이 바로 안정이라는 것을 믿고있기 때문에 안정을 훼손하는 일체의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김 총리는 『서울에서, 도시에서 얘기하는 사람들만의 소리가 대한국민의 내일을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다』고 말하고 『산간벽지·공장·가정에서 자기의 위치를 충실히 지키며 묵묵히 땀흘리며 일하는 사람의 생각이 무엇이라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에 정부는 헌법이 어떻다, 체제가 어떻다 하는 말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고 말해 개헌주장 등 체제비판을 반박했다.
김 총리는 이어 『구속인사 석방요구와 관련해서 흔히들 민주인사라곤 하지만 좌경인사를 민주인사라 할 수는 없으며,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된 사람 중에는 공산주의자나 동조는 않으면서 그 주위에 잘못 휩쓸린 사람도 있다』고 지적, 『민주인사라면서 석방을 요구하는 사람들 중에는 공산주의자인 인혁당원과 그것에 동조하는 사람이 끼여있어 결과적으로 이는 공산주의자도 석방하라는 얘기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총리는 이어 『어떤 사람은 「포드」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했으니 전쟁위협이 없다고 하는가 하면 정권안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말의 희롱은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이런 것을 대정부 공격자료로 삼는 것은 국론을 분열시킬 수 있는 위험한 얘기인데도 상식에 어긋나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비난했다.
김 총리는 『국민소득이 5백「달러」이하인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국민소득 2백「달러」인 나라가 서구식 민주주의가 좋다 해서 그 옷을 입어보았으나 혁명의 악순환만 되풀이하고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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