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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불안에 테러세력 시나이 침투 … 7개월 새 군인·경찰 100여 명 희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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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모세가 이집트를 탈출하면서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시나이산(시내산). 그리스 정교회의 성 캐서린 수도원. 현대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수십 년 동안 중동전쟁을 벌인 계기가 된 수에즈 운하. 아름다운 홍해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 이집트 시나이반도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어 성지순례단이나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다. 하지만 16일 자살 폭탄 테러로 한국인 3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이곳은 이집트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다. 허술한 공권력을 틈타 반정부 소수민족이나 이슬람극단주의 세력 등에 의한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군부 출신 장기집권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가 2011년 이집트 ‘아랍의 봄’ 시민혁명으로 퇴진한 이후 치안 공백이 커져 사태가 더욱 악화됐다. 반정부 성향의 유목민족인 베두인족이 많이 거주하는 이곳에 외부로부터 반이스라엘 무장투쟁 세력이나 테러리스트들이 대거 침투하기 시작했다.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 시절에는 테러에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었다. 무르시는 같은 무슬림형제단 분파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이 때문에 시나이반도에 인접한 가자지구로부터 지하디스트들이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인남식(중동전문가) 국립외교원 부교수는 “외부에서 잠입한 유사 테러집단들이 부족 단위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7월 군부 쿠데타로 무르시 대통령이 실권한 뒤 정국 불안이 지속돼 시나이반도에서의 테러는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군부가 사실상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과도정부체제가 들어선 지 7개월 사이 테러로 희생된 군인과 경찰관은 100명을 넘는다. 정식 중앙정부의 부재는 정국 불안과 테러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광야가 많은 삼각형 모양의 이 반도는 79년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평화조약을 체결하기까지 수십 년간 전쟁터였다. 82년에서야 이스라엘군이 완전 철수하고 시나이반도는 이집트에 반환됐다. 하지만 이집트군 주둔 병력 숫자를 제한하는 조항에 따라 치안은 허술해졌다. 현지 유목민족인 베두인족을 중심으로 한 소수민족이 이집트인과의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성 테러 공격이 잦았다. 서정민(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이번 테러도 현지의 급진 반정부 부족주의·이슬람주의 연합세력에 의해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주의 세력의 거센 반군부 저항 또한 불안을 키우는 악재다. 형제단은 선거를 통해 집권했지만 군부에 강제로 정권을 빼앗겨 무력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서 교수는 “형제단의 일부 젊은 급진 세력이 ‘안사르 바이트 알마크디스(예루살렘의 수호자들)’와 연계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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