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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에 온 김정일…진짜냐 가짜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최근 북괴의 제2실력자로 부상된 김일성의 외아들 김정일(36·노동당 비서)이 지난 10월 동경서 열린 IPU(국제의원연맹)총회에 참석했다는 보도를 둘러싸고『진짜·가짜』여부로 논란이 엇갈렸다.
이종혁이 김정일이란 주장의 발단은 동경에서 발간되는 통일일보의 보도 때문. 통일일보는 그들의 조사망이란「소스」로 김정일이 동경에 온 후 조총련 및 대한공작지하조직의 실태를 점검하고 대한공작의「전투적 강행」을 지시까지 했다는 것.
지난 9월28일 소련항공기 편으로「하네다」공항에 내린 김(이종혁)이 처음 공식석상에 나타난 것은 10월2일 일본 중의원에서 열린 IPU개회식 때.
1m62, 63㎝의 키에 체중이58㎏쯤으로 보이는 김은 뚱뚱하게 살쪄 기름기가 흐르는 얼굴에 짙은 도수의 검은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총회기간 중「리셉션」에 거의 매번 얼굴을 나타냈고 김영남과 윤기복의 회견에도 입회하여「메모」를 하기도 했다.
「파티」에서는 항상 30세가 약간 넘어 보이는 박춘식이라는 동년배의 수행원과 함께 어울렸는데 이박이라는 자가 그의 호위였음이 사후에 밝혀졌다고.
「파티」에서는 신민당의 오세응 김수한 의원 등이 주로 이종혁과 토론을 벌였는데 그는 항상 미소를 보이며 작은 목소리로 응수해오고 하여 당시 한국대표단이나 주일특파원들은 이종혁이 김일성 대학을 나온 전후「엘리트」로서 북괴내부에서 성장한 신인이라고 생각했었다는 것. 그는 총회에 뒤이어 열린 분과위에도 빠짐없이 얼굴을 내밀어 주목을 끌었으며 다른 수행원이 화장실에 갈 때 꼭 짝을 지어 다녔으나 그는 자유자재로 행동했다는 게 이종혁이 바로 김정일이란 주장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외무성과공안당국은 김정일이 IPU총회에 수행원으로 방문했다는 사실을『확인되지도 않고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고 부인하는 태도여서 싱거워지고 말았다.
또 김정일 일본방문 설이 보도되자 조총련계도『이종혁은 일본의 관계자들에게도 면식이 있는 사람이 많다. 상식적으로도 김이 이종혁이란 이름과 직함을 가지고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펄쩍 뛰었다고「마이니찌」신문은 보도했다.

<날카로운 인상 불서도 들었다>신도환씨 담
지난 10월15일부터「프랑스」의「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회의에 참석하고 17일 귀국한 신도환 의원(신민)은 19일『김정일이 일본을 다녀갔다는 얘기는「파리」에 있을 때 이미 들었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프랑스」교포 중에는 북한실정에 밝은 사람도 있는 듯 했다면서 그들 중에 어떤 이가 김정일이 일본을 다녀갔는데도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귀국도중 일본에 들러 통일일보 사장을 만나 이 얘기를 했더니 그 사장은 자기네도 지난번 IPU총회 때 북괴거물이 다녀갔다는 말을 듣고 이종혁을 주목했었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또 지난번 IPU에 참석했던 김창환 의원(신민)은 이종혁의 인상에 대해『날카롭게 느껴졌다』고 말하고 불어를 잘 하기에 통역인줄 알았다고 했다. 또 조총련의장인 한덕수가「아프리카」대표들과 만나면서 측근에게 이종혁을 찾으며『어디계시냐. 이리로 오시라고 하지』라는 말을 했는데 그때도 통역을 찾는 줄로만 알았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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