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라크 전쟁] "제발 빨리 끝내라" 속타는 기업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자 기업들은 미리 짜둔 계획에 따라 전쟁 인근지역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서둘러 대피시키는 한편 비상대책팀을 본격 가동, 전황은 물론 유가.환율.거래선 등을 시시각각 챙기고 있다.

기업들은 특히 전쟁으로 중동지역에 대한 수출이 차질을 빚는 데다 가뜩이나 침체한 내수경기가 더 위축될 것을 우려하며 비용 절감 등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통신.항공.정유업체 비상=정유사들은 원유 수송선의 항로를 확인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SK㈜는 두바이와 싱가포르.런던.휴스턴 지사의 원유 트레이딩팀을 24시간 풀가동,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원유수급 상황과 유가 및 환율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 쿠웨이트 항구에서 위험하다며 접안을 거부할 경우에 대비해 현지 선박을 이용해 공해상의 원유 수송선까지 원유를 운반하는 방안도 마련해 놓고 있다.

SK㈜ 노강호 두바이 지사장은 전화통화에서 "쿠웨이트로 전쟁의 불길이 번질 경우에 대비해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의 주요 원유 공급선으로부터 물량을 더 주겠다는 언질을 받아뒀다"고 말했다. 노지사장은 전쟁이 터진 후에도 현지 중동산 원유 공급시장이 아직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은 교민 철수 등을 지원하기 위해 21일에는 서울~카이로~두바이행 여객기를 예정대로 운항하지만 24일부터는 운항 중단할 계획이다.

다만 21일 항로는 예전보다 남쪽으로 옮기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상황이 긴박해질 경우 중앙 아시아의 타슈켄트를 경유하는 유럽행 노선을 시베리아로 우회해 운항할 계획이다.

KT는 이라크~한국 간 국제통화는 제3국을 경유, 우회소통하도록 조치했다. KT는 종합상황실을 24시간 가동하는 한편 유사시 임시회선을 만드는 등 국제전화 이용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9.11사태 등과 같은 보복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에 대한 국제전화회선을 3백30회선 늘려 3천3백회선을 확보했다.

◆기업 피해 상황= 무역협회는 "사전 예고된 전쟁이어서 큰 동요는 없으나 수출상담 중단, 바이어와는 연락 두절, 계약 체결 지연 등의 사례가 발생해 중동지역 수출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무협에 따르면 현재까지 피해가 확인된 사례는 ▶H엔지니어링 계약 지연(이란.쿠웨이트/발전설비 5백만달러) ▶H토이 선적 보류(쿠웨이트/완구 6만달러) ▶S텍스타일 오더 중단(두바이/직물 90만달러) 등이다.

이에 따라 중동지역 수출차질 규모는 수출상담 중단 1천9백14만달러 등 18일까지 61건 2천4백3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무역업계는 또 해상운임 및 전쟁보험료 인상에 따른 물류비용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중동항로 운임은 다음달부터 컨테이너당 1백50달러 인상될 예정이며 전쟁보험료도 걸프전 당시 수준인 선가의 2.2%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전쟁 기간 중에는 일부 중동지역의 수출이 아예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컬러 모니터의 경우 말레이시아에서 생산해 중동지역에 수출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이라크를 포함해 이스라엘.카타르.쿠웨이트 등에 대한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테러위험 등을 이유로 미주노선 운항을 최근 주29회 감편했고 동남아 등 다른 노선도 감편을 검토 중이다.

자동차업계는 지난해 7만7천대에 달한 중동지역 수출에 직격탄을 맞고 있고, 이라크 등 중동지역에 대한 중고차 수출도 끊어졌다. 서울경매장의 안종환 차장은 "지난달 말 요르단으로 차 5대가 나간 뒤 중동쪽 수요가 끊겨 버렸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이라크전 개전으로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경기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한편 해운업계는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전쟁물자 수송, 전후 복구사업 등으로 화물 물동량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유조선이 많은 현대상선은 유조선 운임지수 상승으로 단기적으로 수익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현지 근로자 철수=건설업체들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 직전에 쿠웨이트 현장에서 대부분 철수했다. 현대건설은 쿠웨이트 남부 알아마디 항만공사 등 5개 현장의 한국인 직원.근로자와 외국근로자 등 9백13명을 지난 15일부터 단계적으로 철수시켜 19일 대피를 마무리했다. 남은 인력(6명)은 현장 보존에 주력하되 확전조짐이 보이면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대피토록 했다.

쿠웨이트 가스처리시설 하자보증을 위해 남아있던 대림산업 직원 6명도 최근 철수했다. 또 쿠웨이트 플랜트공사 현장에 62명의 직원을 둔 SK건설도 19일 현장감독인원 3명을 제외하곤 귀국시키거나 인근 두바이 등으로 대피토록했다.

산업부
사진=최승식 기자<choissi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