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백혈병은 사형선고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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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대의학이 발전하는 속도는 의학을 전공하고 있는 의사들조차 놀랄 정도로 빠르다. 이에 따라 각종 질병에 대한 개념도 하루하루 달라져 가고 있다.
지금껏 불치병이라고 알려진 암만 하더라도 그 종류와 병의 진전상태에 따라 근치되는 것도 있다. 또 심장·간·콩팥 등 병들어 쓸모 없어진 장기를 대용품이나 새것으로 갈아 끼는「테크닉」이 성공되고 있다.
갖가지 혈액질환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백혈병이라든지, 재생불량성빈혈, 또는 혈우병 등 혈액질환은 불치 내지는 난치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이들 혈액질환을 퇴치하는 각종방안을 마련하고 있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혈액의 암이라는 백혈병을 예로 들어보자. 흔히들 백혈병이라고 하면 사형선고를 받은 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백혈병이 알려진 1840년께부터 1950년께까지는 그랬었다. 즉 급성백혈병의 경우는 평균수명이 진단을 받은 후 3∼6개월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에는 특히 그 형이 무엇이냐에 따라 문제가 달라졌다. 만성 임파성 백혈병은 10∼20년씩 살수 있는 게 보통이고 만성 골수성 백혈병도 6∼10년씩 건강하게 살 수 있음이 보통이다.
또 급성 임파구성 백혈병은 3년 이상 사는게 보통이고, 특히 소아의 경우는 완전 치유가 가능하다는 보고도 있고 군제 우리가 보고있는 환자 중에서도 10년 이상 건강하게 살고있는 화자도 있다.
단지 급성 골수성 백혈병만은 치료에 잘 반응을 하지 않아 평균수명이 1∼2년 정도이다.
아뭏든 백혈병이 그렇게 흔한 질병도 아니고, 또 그렇게 절망적인 병도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백혈병은 비교적 드문 질환이라는 것과, 혹 백혈병이라는 진단이 내려진다고 하더라도 결코 사형선고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두어야겠다.<이문호(서울대의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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