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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식량 회의 이모저모|"뚱보 대표는 비만 세를" 이색표어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 5일부터 「로마」에서 열리고있는 국제식량회의는 지금 세계의 관심의 촛점을 이루고있는 「먹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 탓인지 세계의 각 정 단체나 자선가들이 식량저축 또는 증산 「아이디어」가 속출, 화제를 낳고있다.
그 중에서 걸작은 불 대표단의「르네·뒤몽」(파리 대) 교수의 『전 참가자는 24시간 단식을 하자』고 제안, 『선진국은 건강유지를 위해서도 미식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는「뒤몽」교수는 오는 13일 하루종일 굶겠으니 다른 사람들도 참가해 달라고 호소.
인도는 한술 더 떠서 『하루에 2천 「칼로리」이상의 음식을 섭취하는 사람들은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하루 한끼를 아끼도록 하라』고 제의.
또 식량회의를 비판적으로 취재하고 있는 지하신문 「팬」들은 이 회의에 참가한 뚱뚱보 대표들은 적정수준 이상으로 나가는 그들의 체중에 대해 『비만 세』를 내라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회의장 복도의 식당에서 나오는 통로 구석근처에는 『인간 정의의 척도』라는 체중기가 놓여있고 그 옆에는 신장대 체중의 적정비율을 적은 도표와 함께 『각국대표들은 적정체중 초과분 2「파운드」당 3「달러」의 비만 세를 내십시오』라는 표어가 붙어있어 그곳을 지나는 뚱뚱보 대표들에게 심적 압력을 주고 있다고.
그러나 「유엔」관리들이「유엔」구내에서 금품강요를 금지시키고 있는 「유엔」규정에 따라 『비만 세』소집함의 철거를 명령하여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세계의 식량위기가 어떻게 해결(?) 될까하고 몰려온 각국 기자들에게는 이번 참가대표들이 식사에 무엇을 하는 가도 「뉴스」의 추적거리가 되었다. 미 대표 회 고문으로 이곳에 온 「험프리」미 상원의원(전미국부통령)은 회의장 옆「로비」에서 간단한「샌드위치」로 한끼를 때워 기자들의 각광을 받기도 그러나 지난6일하오6시부터 역시 회의장 옆의「홀」에서 개최된 한국대표단주최 「리셉션」에는 총 7백여 명이 몰려들어 마구 먹어치워 「먹는 대회」의 대표들임을 과시했는가 하면 정작 아사자 8만 명을 낸 「뱅글라데쉬」농업상이 식량위기 해소를 절규하는 연설을 한8일에도 대부분의 대표는 연설은 안 듣고 「리셉션」에만 몰려들어 이번 회의의 슬픈 단면을 드러냈다. 「압두스·사마드·아자드」 「뱅글라데쉬」농업상이『인류가 빈곤과 굶주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는 인간과 신에 대한 죄가 될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을 때 대부분의 대표들은 「가나」가 베푼 「칵테일」파티에 참석하느라 회의에 불참했는데 「파티」장소도 본회의장 옆이어서「커튼」너머 술잔 부딪치는 소리까지 들려올 정도였다.
2천명을 넘는 대표단과 보도진을 수용하는 회의장은 「로마」의 새로운 도심지인 「비르」가에 있는데 부근에는 식당이 별로 없다. 그래서 점심때면 회의장 안에 마련된「레스토랑」에 대표들이 들끓게 마련.
12일간의 회의에 대비하여 이 「레스토랑」에서는 쇠고기·돼지고기·칠면조·닭고기가 2t, 「스파게티」류가 3t, 빵·「치즈」·「케이크」가 각5백l, 과일 3백50㎏, 포도주·맥주 등이 3백50l, 씩 갖추어져있어 정식 한끼에 4천「리라」(약3천 원)를 받는데 대식가인 「이탈리아」인들인지라 양이 무척 많다고.
이번 회의의 주역은 역시 이 회의를 제의했다는 「키신저」미 국무장관. 개막연설을 위해 「루마니아」에서 날아온 그는 회의장에 들어올 때 조그만 실수를 해 주최측을 당황케 했다. 「키신저」장관이 미국 대표 석으로 가지 않고 곧장 연단으로 올라가 앉으려고 하자 주최측은 진땀을 빼면서 간신히, 미국 대표 석으로 안내한 것.<로마=주섭일·정신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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