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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단풍관광 올해 총결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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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1월의 두번째 일요일인 10일로 올 가을 단풍이 막을 내렸다. 단풍이 끝나면 한햇 동안의 국내관광은 사실상 「시즌·업」.
그러나 올해 국내관광객은 예년에 비해 그 수가 줄지는 않아 겉으로는 흥청대는 듯한 모습이었으나 내용적으로는 종전의 여행일정을 하루 앞당겨 단축하거나 계모임 등의 단체여행으로 경비를 줄여 실속을 차리는「이코너믹·레저」의 양상을 보였다.
특히 가을의 명산으로 손꼽히는 내장산·속리산 등지의 단풍관광은 서울에서 당일로 다녀올 수 있어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인파를 끌어들인 반면 관광지에서의 경비사용은 훨씬 떨어지는 편으로 현지 상인들은 지난해보다 『수입이 줄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지에의 탈선은 전혀 줄지 않아 이미 말썽을 일으켰던(부산에서의) 「쌍쌍관광」은 물론 10대의 혼숙이나 부녀자들의 술 취한 모습, 수학여행 학생들에 대한 일부 숙박업소의 횡포, 그밖에 관광자원 훼손행위는 양식 있는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본사 전국 취재망을 통해 살펴본 올 가을의 단풍관광은 지난해 보다 30%가량 늘어난 추세를 보였는데 이는 올해 단풍이 예년보다 10여일 가량 길어진 때문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지역별로 가장 크게 붐빈 곳은 전북 내장산. 공휴일인 지난3일과 10일에는 하루 15만명의 인파가 서울·광주·대전·부산 등지로부터 몰려 지난해의 하루 최고 10만명을 훨씬 넘어섰고 전체 단풍인파도 지난해 83만7천명보다 43%가량 늘어난 1백20여만명으로 전북도 당국은 집계하고 있다.
이곳에는 평일에도 l만여명씩 몰려 최고 4천명밖에 수용할 수 없는 내장산지역 숙박업소는 1박에 3천원까지 규정요금의 2배까지 올려 받는 바가지를 씌우기도 했다.
이 지역의 가을 관광객이 몰린 것은 단풍의 아름다움에 앞서 호남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종전에는 서울에서 1박2일을 잡아야 다녀올 수 있었는데 지금은 당일로 다녀올 수 있도록 거리감이 좁혀진 때문.
또 이에 따라 경비를 그만큼 줄일 수 있었다는 점도 올해 호남지방이 관광면에서 크게 각광을 받게 했다. 내장산 입구에서 식당을 5년째 경영해 왔다는 박모씨(54)는 『점심준비를 해오거나 취사도구를 갖고 오는 관광객들이 많아 올해 수입은 지난해의 3분의2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설악산 지역은 일부숙박업소에서 수학여행 학생들에게 예약을 멋대로 취소하는 등 횡포를 부려 어린학생들을 골탕 먹였다.
올해 단풍철에 설악산을 다녀간 내외 관광객들은 지난해보다 약간 많은 30여만명. 설악산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10월말 현재의 관광객은 69만명으로 이중 44%가 단풍철에 다녀갔고 또 절반 이상이 수학여행단체였다는 것.
그러나 일부 숙박업소에서는 「브로커」를 통해 수학여행학생들을 예약해 놓고서는 다시 다른 손님을 받는 등 이중예약을 받기도했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부천시에서 온 C고교생 60여명은 S여관을 예약하고 왔으나 도착해보니 막상 다른 단체가 들어있었고 충남 금산의 K여고생 1백52명도 C여관이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저녁밥도 굶은 채 밤새 여관을 구하느라고 애를 먹었다는 것.
겹치기 예약을 받고 있는 여관측에서는 2평도 안 되는 좁은 방에 10여명씩 한꺼번에 재우며 「브로커」들은 「커미션」까지 건네주며 학생들을 유치, 이같은 횡포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
이밖에 올해는 계모임 등을 통해 단체로 몰린 부녀자들의 관광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관리사무소측의 설명이다.
경남지역에서 단풍인파가 많았던 곳은 가야산의 해인사, 하동 쌍계사, 양산 내원사주변. 경남도의 집계로는 9, 10윌 동안 1백15만7천여명.
가을관광객들로 부산의 전세 「버스」가 크게 모자라자 경남 「버스」 소속 경남5아2433호 「버스」등 일부노선「버스」가 관광지전세운행에 동원되어 운행정지처분을 받기도 했다.
부산에서 크게 말썽을 일으킨 것은 「쌍쌍관광」. 부산에서 해인사나 송광사 등 관광을 떠나면서 일부 관광여행사에서 이같은 탈선관광을 알선하는 바람에 일부여행사 주변에서는『낙엽 줍는다』는 속된 용어가 나돌기도 했다.
역시 국립공원인 속리산은 10월 한달 동안 수학여행학생들만도 하루평균 1만5천여명 같은 국립공원인 계룡산도 이기간 중 40여만명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 지역은 우선 서울에서 가깝다는 입지조건으로 예년과 같은 관광객을 끌어들였다. 충남도의 집계로는 수덕사·마곡사·동학사·갑사 및 현충사·덕산온천등지를 찾아온 관광객들까지 합하면 9, 10월의 관광객은 2백10여만명.
그러나 실제로 단풍을 즐긴 인파는 절반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들로 관광자원이 크게 파손되고 있다.
『계룡산 국립공원 등 산로 안내도는 심한 낙서로 알아보기 힘들 정도인데다 당초위치에서 뽑아 반대편에 옮겨 놓아 등산객들이 당황한다』고 김영국씨(한국산악회 충남지부부회장)는 말하고 관광자원을 스스로 아낄 줄 아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사회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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