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를 자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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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길을 가노라면 눈에 안대를 하고 다니는 사람을 자주 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눈병이 나면 반드시 안대를 하여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이는 병든 눈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과연 안대를 하는 것이 장점만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점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람의 눈은 항상 눈물에 의하여 축축하게 적셔져있고 또 눈 속의 여러 가지 물건을 씻어내려 보낸다. 눈에서도 피부에 생기는 때와 같이 죽은 세포, 밖에서 들어오는 먼지 등 여러 가지 물건이 생기는데 이런 것들이 눈물로 즉시 씻어 내려가기 때문에 건강한 눈이라면 눈곱이 거의 없는 것이 보통이다.
사람이 눈을 깜박거리는 것도 이 씻어 내리는 작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또 건강한 눈의 결막에는 별로 해가없는 세균이 자리잡고 있어 위와 같은 조건 아래선 독성을 발휘 못하고 있다.
이런 경우에 안대를 하게되면 눈의 깜박거리는 작용이 없어지고 또 눈 결막의 온도가 상승되고 습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눈에서 나오는 노폐물이 괴게 되고 평소에는 해를 끼치지 않던 세균들이 번식, 어떤 경우에는 갑자기 독성을 띠게 되어 눈곱이 많이 끼게되는 것이다.
눈병의 종류에 따라서는 외부에서 먼지 등에 의하여 세균이 침입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반드시 안대를 해야할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각막 (검은자) 이나 결막이 헐어 있다든가 할 때에는 세균에 감염되면 중대한 사태가 나타나 실명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러나 눈곱이 낀다, 또는 눈에 충혈이 된다 하는 경우에는 안대를 하면 앞서 말한 바와 같은 이유로 도리어 악 영향을 끼치며 치유되는 기간도 연장되기 마련이다.
외관상 보기 흉하다 할 때에는 옅은 색안경을 끼는 것이 바람직하고 될 수 있는 한 안대는 하지 않도록 권하고 싶다.
윤원식 <서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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