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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시정 연설(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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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의 일반 국제 정세는 긴장 완화로 특징지을 수 있다.
그러나 세계 정세의 흐름이 평화 지향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이것이 곧 세계 모든 지역, 특히 중소국간의 평화와 안전을 동시에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긴장완화를 추구하는 강대국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경합관계 속에서 중소국가들의 이해대립은 오히려 격화되어 국지적 군사층돌의 위험성도 증대될 수 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우리는 격변하는 국제정세가 우리의 안전보장에 위협이 될 수도 있으며 국가 이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임을 똑바로 인식하고 이에 대처하는 굳은 결의와 새로운 분발이 있어야 하겠다.
격변하는 국제정세 못지 않게 지난 1년 동안 우리의 국내 현실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우선 우리 5천만 민족의 여망을 안고 시작된 남북 대화가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무성의로 교착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우리의 평화통일 노력을 외면한채 육지와 해상에서 잇따른 도발행위를 자행함으로써 계획적으로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으며, 심지어 대통령을 저격하는 등 형언할 수 없는 극악의 사태까지 조성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의 이 같은 광적인 도발은 앞으로도 더욱 노골화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4, 5년이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며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든 국민은 더욱 굳게 단결하고 안보 태세를 더욱 굳건히 다져 국력배양에 가일층 매진해 나가야 하겠다.
「10월 유신」은 바로 이를 위한 국민적 결의의 표현이었으며 또한 지난 1월과 4월에 선포한 일련의 대통령 긴급조치도 안정을 유지하고 국력을 더욱 착실히 배양하기 위한 것이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리고 8·15사건을 계기로 하여 우리 국민들이 현 시국을 올바로 인식하게 되었고 또한 안정과 총화의 바탕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난 8월15일 긴급조치 제1호와 제4호를 해제하였다.
나는 이와같은 국내외여건과 현실을 배경으로 하여 1975년도 시책의 대강을 말씀드리고 그 효율적인 추진을 다짐하고자 한다.
나는 새해 외교정책의 기본방향을 안보외교의 강력한 전개, 경제 및 문화외교의 확대, 그리고 평화통일 외교의 성실한 추구등 세 가지로 설정하고 이를 중점적으로 펴나가겠다.

<안보외교>
우리 안보 외교의 근간인 한·미 상호 방위 조약을 주축으로 하여 한·미간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더욱 증진하고 한·미 공동방위체제를 유지·발전시켜 나갈 것이며 또한 주한미군의 계속적인 주둔과 국군 현대화 계획의 조속한 이행 등 군원 확보를 도모해 나갈 것이다.
「아시아」지역 국가에 대하여는 앞으로도 그들과의 유대관계를 계속 심화해 나가겠으며, 폭넓은 제휴로 이 지역의 공동 이익 신장과 번영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대 중립국 및 공산권 외교에 있어서는 「6·23 평화통일 외교 정책선언」의 문호개방 정책에 따라 이미 북한과 국교를 수립하고 있는 국가 및 우리와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국가들과도 호혜평등의 원칙 하에 현실적이고도 신축성 있게 관계 개선을 도모해 나가겠다.

<경제·문화외교>
자원 보유국과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 확대하여 자원의 장기적이고도 안정된 확보를 기해 나갈 것이며, 또한 통상증진 및 경제협력의 다변화를 위해 적극적인 경제외교를 전개해 나가겠다.
국제체육 기구에도 적극 참여하여 국위를 선양하고 세계 여러 나라와의 문화 및 체육교류를 통해 상호이해를 증진시켜 나가겠다.

<평화통일 외교>
우리의 「6·23평화통일 외교정책선언」과 지난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본인이 밝힌 평화통일 기본원칙에 입각하여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실현성 있는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유엔」대책에 있어서는 「유엔」총회에서 한국문제의 비생산적인 연례상정 토의가 지양되고 우리 대한민국의 「유엔」가입이 조속히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으며, 북한 공산주의자들도 그들이 원한다면 「유엔」에 가입하는 것을 우리는 굳이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교착 상태에 빠졌던 남북대화도 전진적이며 생산적인 분위기 속에서 재개될 수 있도록 인내와 성실로써 그들을 설득해 나갈 것이며, 또한 이 땅에 진정한 평화 정착을 제도화하기 위해 이미 본인이 제의한 남북 상호 불가침 협정의 체결을 계속 촉구해 나가고자 한다.
나는 국방시책의 기본방향을 군의 과학화 및 정예화, 그리고 자주국방의 기반강화에 두겠다.
군 장비 현대화를 계속 추진함으로써 나날이 변모해 가는 현대전의 양상에 효율적으로 대처할수 있도록 우리의 방위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향토예비군의 전력화를 촉진해 나가겠다.
또한 경제적인 군 관리를 위해 군 운영 및 관리업무체제와 군수지원체제를 계속 개선해 나갈 것이며, 또한 국방 과학기술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방위산업을 적극 육성해 나감으로써 자주국방력의 기반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1975년은 3차5개년 계획의 4차년도이다. 그동안 우리는 여러가지 어려운 국제적 여건 하에서도 3차5개년 계획을 착실하게 추진하여 왔으며 앞으로 남은 2개년의 계획기간에 있어서도 계속 계획 목표를 차질 없이 추구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새해에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경제시책을 중점적으로 펴나갈 것이다.

<국민생활안정>
정부는 불리한 여건 하에서나마 물가의 안정을 계속 추구하고 특히 「1·14긴급조치와 주요내용을 세제개혁에 그대로 반영함으로써 서민생활의 안정을 도모할 것이다.
또한 산업활동의 신장과 수출의 증대를 뒷받침함으로써 새해에도 8%내외의 경제성장을 이룩할 것이다.

<수출증대>
정부는 새해에도 수출진흥시책을 다각적으로 추진하여 나갈 것이다.
우선 조선·기계 등 중화학 공업 건설을 추진하여 수출산업의 기반을 계속 확충하고 원자재의 안정공급과 수출산업의 시설대체를 촉진하여 국제경쟁력을 강화토록 할 것이다.
그리고 수입의 증가를 적정선에서 유지하는 한편, 외자도입선의 다변화를 기하는 등 경제협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다.

<농어촌 개발>
정부는 새해에도 새마을운동을 추진력으로 삼아 식량자급과 농어민의 소득증대에 농정의 역점을 둘 것이다.
식량증산을 위해서는 우량종자의 보급 확대를 비롯하여 단지 영농의 추진, 보온 돗자리의 확대 보급으로 단위당 생산성을 증대시키도록 하겠으며, 비료·농예·농기계 등 농업 자재를 원활히 공급하여 농민의 증산의욕을 더욱 고취시킴으로써 주곡의 자급을 조기에 달성하도록 하겠다.
또한 농업생산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4대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 대단위 농업 종합개발 사업을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
농어민 소득 증대를 위해서는 적정 미가정책과 이중맥가제를 계속 유지하는 한편, 축산·잠업·경제 작물 등을 주축으로 한 농어민 소득 증대사업과 농가 부업 등을 적극 권장하여 농가소득을 증대하도록 하겠다.

<중화학 공업 추진>
중화학공업 부문에 있어서는 지난해 건설된 연산 103만t 규모의 포항종합제철을 260만t 규모로 확장해 나가겠으며 연산 700만t 규모의 한국종합제철공장 건설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
비철부문에 있어서는 기존 시설의 확장을 계속 추진하는 한편 온산 비철단지에 연산 10만t 규모의 동제연소와 8만t 규모의 아연 제련소를 각각 연내에 착공하여 76년까지 준공할 것이다.
조선부문에 있어서는 이미 금년 6월말 준공을 본 연산 70만t 규모의 1개 조선소가 연산2백만t 규모로 확장될 것이며 옥포조선소의 건설을 본격화하는 한편 75만t 규모의 안정조선소와 15만t 규모의 죽도 중형 조선소를 각각 착공할 계획이다.
기계공업부문에 있어서는 창원 기지 내에 앞으로 총27개의 공장을 건설하여 수입에 의존하여 오던 각종 기계류를 국산으로 대체토록 함은 물론 수출증진에 크게 기여토록 할 것이다.
석유화학 공업부문에 있어서는 현재 건설중인 「에타놀」 및 「아세트알데히드」2개 공장을 금년 말까지 준공할 것이며 75년에 연산 33만t의 대단위 「메타놀」공장과 고밀도「폴리에틸렌」공장의 준공을 서두르겠다.
또한 울산의 기존 「나프타」분해공장을 확장하는 한편 울산지구 및 여천지구에 신규로 「나프타」 분해 공장과 그 계열공장의 건설을 추진해 나가겠다.
세계적 규모인 「암모니아」기준, 연산 60만t 규모의 대단위 제7 비료공장은 76년 준공목표로 단독 건설을 추진해 나가겠다.
또한 여천지구의 「에틸렌」기준, 연산 35만t 규모의 석유 화학기지는 75년부터 착공, 77년도까지 대부분의 공장을 준공하겠다.

<기술혁신과 과학기술의 진흥>
과학기술기반의 구축·산업기술의 전략적 개발 정책을 추진하겠다.
새로이 국가기술 자격제도를 설치 운영하고 중화학공업과 수출 전략산업의 육성발전을 위해 선박 개발연구소 및 해양개발연구소 건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

<자원의 장기적 안정공급>
정부는 국내 부존자원을 우선적으로 개발할 것이며 이를 위한 지원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사회 간접자본의 확충>
우선 도로에 있어서는 현재 추진중인 영동과 동해 고속도로를 완공토록 하고 국도 포장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이다.
북평·군산·울산 등 대규모 항만을 중점적으로 개발할 것이며 창원·온산·여수·아산·옥포 등 중화학공업 기지에 항만·공업용수·도로 등의 지원 시설을 계속 확충할 것이다.
철도부문에 있어서는 지난 6월에 개통을 본 태백선 전철화에 이어 새해에는 영동선을 전철화하고 충북선 복선사업을 착공하겠다.
정부는 국내「에너지」자원의 최대한 개발 및 전원의 다변화 시책에 따라 대청「댐」과 원자력 발전소 2호 및 3호를 각각 착공할 계획이다.
그리고 자동식전화의 증설·농어촌 통신망확충 등 통화 현대화 계획을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
정부는 기업의 경영합리화세력을 정책적으로 촉구해 나가겠으며, 특히 기업의 공개를 계속 촉진하여 기업의 재무구조개선과 기업에 대한 근로자의 참여를 권장해 나가도록 할 것이다.
공해방지 대책의 실효성 있는 추진·도시 상하수도 시설의 확충, 농어촌 전화 사업 및 안전수 공급 확대 등을 통하여 생활환경의 개선을 도모해 나갈 것이다.
서민주택사업과 영세민 취로사업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며, 원호 대상자에 대하여도 기술 교육과 취업알선을 통해 자립생활을 지원해 나가고자 한다.
노동부문에 있어서는 노사관계를 참여와 협력의 관계로 유도함으로써 생산성 향상과 근로자 복지증진을 함께 실현하도록 하겠다.
정부는 국민 윤리교육의 보강을 비롯한 교과내용의 개편·교육방법의 개선, 산학협동 체제의 강화 등 시책을 강력히 추진 중에 있으며 새해에도 계속 이를 알차게 추진해 나가겠다.
정부는 금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문예중흥 5개년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여 전통문화에 대한 조사·연구사업을 확충하고 문화·예술인들의 연구·창조·발표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이와 함께 낙후된 지방의 문화 시설을 대폭 확장해서 향토의 고유민속을 보존 발전시키도록 힘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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