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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서 삭감된 미국의 대한 군원-한국 사정 향방 따라 증액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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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특파원】상원 본회의가 지난 2일 외교 위가 올린 25억「달러」의 원조법안을 백악관의 의사대로 부결하여 외교위로 반송함으로써 앞으로 한국 국내 정세의 변화여하에 따라서는 행정부 요구액보다 절반 가량이나 깎였던 75회계연도의 대한 군원이 다소라도 늘어날 가능성이 생겼다.
상원 본회의에서 부결되어 외교 위에 반송된 외원 수권 법안에는 행정부가 요청한 1억6천만「달러」를 7천5백만「달러」로 깎은 대한 무상 군 원과 한국에 대한 군원을 77년까지는 폐지한다는 수정안이 들어있었다.
상원의 그같은 조치에 따라 상·하원 협의회는 3일 백악관이 배후에서 조종한대로 원조의 계속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에 의해 행정부는 11월 선거가 끝나 새 의회가 소집될 때까지 74회계연도에 실제로 지출된 원조액수의 한도 안에서 원조를 집행할 수가 있다. 한국의 경우는 74회계연도의 무상 군원이 l억「달러」다.
따라서 원조 법이 의회에서 확정될 때까지 행정부가 지급할 수 있는 무상 군원의 한도는 1억「달러」가 되는데 그것은 상원 외교 위가 정한 7천5백만「달러」보다 2천5백만「달러」가 많고 하원 외교 위가 정한 1억「달러」와 동일한 액수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만 그렇다는 의미지 행정부가 꼭 그만큼 한국에 제공한다는 뜻은 아니다. 상원 외교 위가 올린 법안을 상원 본회의가 부결한 것은 그 안에 들어있는 「터키」「칠레」에 대한 군원 중단, CIA의 비밀 해외 공작금 지급중단, 77년까지의 한국 군원 폐지, 「인도차이나」에 대한 경제원조 삭감 같은 수정안 때문에 「포드」대통령이 「비토」권을 행사하겠다고 경고 한 것이 주효한 탓이다.
특히 「키프로스」문제 해결을 위해서 협상을 서두르는 마당에 의회가 「터키」군원을 중단하는 것은 행정부로서는 감수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설사 상원 외교 위원회가 선거 이후 원조법안을 재심한다고 해도 「풀브라이트」의 얼굴이 빠지는 것뿐이지 그 사람들이 그 사람이다.
따라서 7천5백만「달러」짜리가 부결됐다고 그것이 그 이상의 액수로 되살아난다고 낙관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외교 위가 한국에 대한 원조액수를 다룰 때 문제 삼은 것이 한국의 인권 같은 국내문제였기 때문에 11월 선거 후 미 의회가 다시 이 문제를 다룰 때까지 한국정부의 철회방향에 따라서는 다소간 늘어 날수도 있다고 보여지는 것이다.
지금 나도는 추측대로 「포드」방한을 전후하여 한국 정부가 구속중인 사람들을 석방하고 남은 비상 조치를 해제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그러는 한편 「프랭크·처키」상원의원 같은 반한 적인 사람과 이야기가 통할만한 사람들을 동원하여 막후 교섭을 벌인다면 원조법안의 재심 때까지는 외교 위의 태도가 다소간에 완화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다.
김 외무가 10월3일 「케네디」「맨스필드」「오닐」「프레이저」의원 등을 찾아가서 한국정세를 설명했다는 것도 그런 점에서는 시기 적절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은 상원 쪽에는 「친구」가 없다. 한국 관리들이나 국회 의원들이 와서 고작 만나는 사람은 만나지 않아도 이런저런 이해 관계 때문에 한국을 두둔할 사람들뿐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미국의 원조로 받은 돈으로 탄압 정치를 한다고 소리 높여 주장하던 사람들에게 「정세설명」하나로 분위기가 달라지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만약 「포드」방한을 전후하여 반한 의원들이 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정세의 변화가 한국에서 있을 것이라면 상원의 원조법 부결은 한국을 위해서 그때까지의 시간을 벌어준다는 의미정도를 갖는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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