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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동서 미술의 특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예술원 개원 20주년을 기념하는 제3회 「아시아」예술「심포지엄」이 『동서예술의 특징』이라는 주제로 9월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린다. 행사일정은 24일 문학·미술부문, 25일 음악연예부문의 주제발표 및 질의에 이어 26일에는 종합토론을 가진다. 문학부문 주제발표(김동리씨·「R·M·알베리스」씨)의 요약소개(8월7일자 본지 4면)에 뒤이어 미술·음악·연예부문의 주제 발표를 3회에 걸쳐 각각 요약 소개한다.

<서양 미술은 투영도가 바탕, 동양은 보다 주관·정신적>
【K·S·쿨카르니<힌두대 예대학장>】일반적으로 최근의 서양미술은 15세기부터 창문을 통해 본 눈의 투영화로서 생각되어 왔고 형이하학적 현상은 작품을 이루는데 중요한 구실을 해왔다. 한편 동양인이 생각하는 「이미지」란 보다 정신적 내지는 정서적 세계에 존재하기 때문에 시각적 즐거움뿐 아니라 전체적이며 주관적인 투영화의 경험이다. 그러한 예는 중국의 산수화나 동굴벽화 가운데 인물화, 인도 「아잔타」의 세밀화나 벽화·부처의 조각·선화 등에서 볼 수 있다.
미술의 표현양식은 그 당시의 관찰경향과 습관에 의존하며 이 관찰은 전통적 심리적 문화적으로 상관이 있는 항상 복잡한 현상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볼 때 「아시아」의 미술은 시각의 직접적 경험의 표현으로 남게되고 시각경험을 그 이상의 것으로 변용시키는 현상적 존재의 비이중성의 이해도 남게 된다. 역설적으로 똑같은 일이 서양에도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초기의 원시문화가 그들의 경험으로부터 발달한 것과 마찬가지로 20세기의 우리도 우리의 생활과의 조화에서 예술을 만들어 낸다. 특히 미술은 어느 민족·문학시대와도 의사소통 할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
동서문화가 목표로 해야할 것은 물질과 정신의 긴밀한 통합이며 이 문제는 동서양의 어디든 생활의 기초이다. 과거의 서양은 동양을 개화시켰고, 동양은 반대로 발전이라는 목적 때문에 그것을 받아들여 동서의 분계라는 것이 급속도로 무너지고 상호의존은 단순한 사실이상으로 절실해졌다. 따라서 동서의 어떤 정신적 유산이든지 상설해서는 안되겠고 인류의 공동정신적 전통을 세우도록 도와야 한다.
이것이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는 우리의 「휴머니즘」의 정도에 달려있다.
오늘날 좁아진 세계에서 시각적 의사소통은 즉각적인 것이고 우리의 감각에 끼치는 영향은 막대한 바가 있다. 미술은 인간의 정신적 고결을 탐구함으로써 인도적 이해를 달성하는데 방향 감각을 주고 있다. 미래에는 동서양이란 구분을 가지고 생각할 이유가 없게 될 것이다.

<필선에 눈뜬 서양현대미술, 앞으론 동서양 구분 없어져>
【김경승<예술원회원>】20세기 전반까지는 동양과 서양의 문학 예술계는 동양의 서나 문인화 같은 특수한 예술에 대해서는 미술분야의 연구대상으로 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그 뒤 서구의 근대화단이 자기들의 전통만으로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없다고 느낀 뒤부터 그 간격은 없어졌다고 본다.
동양가운데 한국은 주로 한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한편으로 이를 일본에 전파했던 문학국가였다. 조선에 이르러서는 문인화라는 것이 유행되었는데 문인화의 핵심체가 되는 흑선과 서구의 야수파화풍과는 비슷한 점을 찾을 수가 있다. 구미 화단의 「행동파미술」도 동양식 필선에 의한 회화예술로도 볼 수 있으며 동양의 미술가들이 오랫동안 서를 통해 훈련해온 흑선의 영향을 실제 일본과 중국에서 동양서예를 공부했던 「잭슨·폴로크」나 「마크·토베이」같은 특이한 화풍의 화가를 낳게 했다.
앞으로 세계미술은 양의 동서를 가리지 않고 점점 접근하게 될 것이며 건축·조각·회화 및 공예의 각 부문이 혼연일체가 되어 하나의 종합예술로서의 방향을 잡고 나갈 것이다. 또 조형예술이 시각예술의 범위를 넘어 청각예술, 즉 음향을 가미한 예술로 진행되는 점등은 앞으로 다가올 미술이 조형성만을 고집하지 않고 청각 내지 취각·촉각까지를 예술표현의 수단으로 삼게 되리라는 가능성을 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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