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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과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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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늘날 우리 사회는 긴박한 변화의 국면을 맞고 있다고들 했다. 우리가 처해 있는 오늘의 상황은 어떠한 것이며 그것은 어떠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가를 우리는 올바르게 인식하고 있는 것인가? 「상황과 변화」를 주제로 한 CBS 공개 강좌가 12일 하오 5시 서울 기독교 회관 강당에서 열렸다. 「사회 변동과 역사 의식」(김성식·경희대 교수) 「사회 변동과 정치·사회 의식」 (차인석 한양대 교수), 「사회 변동과 작가 의식」(백낙청·서울대 교수) 등 이날 가진 3강연을 요약 소개한다.

<사회 변동과 사회 의식-차인석>소수의 자유 막아 정의 실현
사회 변동 요인을 논할 때 절대주의적인 측면에서 보는 입장과 상대주의적인 측면에서 보는 두가지 입장이 있다. 절대주의적 입장에서는 모든 개인의 노력과 자유스러운 사고는 필현적인 변동의 일환으로 보며 그 결과는 독단주의 전체주의 사회 체제를 낳는다. 반면 상대주의 입장에서는 개인의 능력에 따른 사고와 개개인의 능력의 상호 작용에 의한 잠정적인 사회 변화 계획과 경험에 입각한 가설과 실험에 따른 사회 변동을 중요시한다.
이 상대주의 입장에 의한 것이 자유주의 사회 체제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에 자유주의 사회 체제가 소수의 자유를 위한 자유주의로 선택한 예를 보아 왔으며 그것은 그 사회체제가 변화를 원치 않는 현상 유지적 「이데올르기」를 이념의 체계로 삼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날 사회 변동을 추진하는 사회의 「엘리트」는 상대주의적 입장에서 사회 변동을 추진하되 과거와는 달리 개혁적 자유주의를 이념 체계로 하여 개인의 권리가 보장되고 최대한의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사회 체제가 이룩되도록 추진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소수의 자유를 위한 자유주의 사회 체제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개인이 평등한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정도로만 간여해야 하며 정의의 실현을 사회의 근본적 「이데올로기」로 삼아야 한다.

<사회 변동과 작가 의식-백낙청>양심 따라 써야 할 역사 상황
문학은 역사적 사회적 상황과 밀접한 관계에 있으므로 작가다운 작가라면 상황에 대해 적극적 인식을 지녀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문학을 사회적 산물이라고 보는 것이 건전한 상식이라고 하면 상황을 떠난 문학의 순수 예술성을 주장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작가 의식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순수 문학 이론은 우리 문단에 상당히 널리 퍼져왔다. 순수 문학 이론은 우리의 문화 전통에서 볼 때 상당히 생소한 것으로 그것은 식민지 시대에 동경의 일부 유학생이 서양 문학 이론에서 배워온 것이다.
그러나 서양의 역사에서도 작가의 사회적인 기능과 책임의 강조가 지배적인 흐름이었는데 비해 순수 문학 이론은 역시 생소한 것이다.
따라서 식민지 시대의 우리 민중에게 이러한 순수 문학 이론은 도움이 될 수 없었으며 오히려 현실 외면과 도피를 가져왔다. 흔히 우리의 문학사에 있어서 8·l5 후를 혼란의 시기라고 표현하나 그것은 왜곡된 것이다.
혼란의 시기는 오히려 6·25에서 4·19까지의 시기라고 볼 수 있으며 이때 문학 외적인 힘에 의해 문단 안의 일부 모순이 정리되기는 했으나 상황 변화에 대한 강조는 없었다.
그러던 것이 4·19를 돌파구로 하여 문학의 사회적 책임이 다시 강조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4·19 후에도 역경과 시련 속에서 문학과 정치는 분리되어야 한다든가 하는 따위의 일용 일리 있는 주장이 여전히 일부에서 대두되어 오고 있다. 그들의 주장대로 과연 작가는 역사의식을 갖고 사회적 상황에 민감하면서도 어두운 면이 아닌 밝은 현실을 그려야 옳은가?
평화로운 조국 통일과 80년대의 풍요를 향한 근대화 과정에 있는 오늘의 우리 현실은 과연 얼마나 밝고 얼마나 어두운가? 작가는 각자의 양심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할 문제이다.

<사회 변동과 역사 의식-김성식>지도층은 대중에게 진실 알려야
역사는 있는데 역사 의식이 없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역사는 시시각각으로 이루어져 가며 급격히 또는 완만히 변화해 가는데 그것이 어떠한 경로를 밟아 변화해 가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에 대한 의식이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히틀러」가 독일을, 「도오죠」 (동조)가 일본을, 「스탈린」이 소련을, 그와 같이 이끌어 가도록 한 것은 대중에게 그 당시의 현실 변동에 대한 방향 감각과 역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 갈 것인가에 대한 올바른 의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변화란 어떤 것이겠는가? 역사를 통해 그 시대의 사회가 침체하고 변동이 없으면 그뒤에는 반드시 급격한 변동이 일어났던 사실을 「프랑스」 혁명·「러시아」 혁명 등을 통해 우리는 알고 있다. 또한 영국의 경우처럼 보수와 진보가 조화를 이루어 혁명없이 변화해 가고 있음도 알고 있다. 보수와 진보가 장단점을 서로 보완해 갈 때 그 사회는 가장 바람직하게 변화해가며 안정된 사회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회가 점진적인 변화의 과정을 걷지 않고 하나의 지도자에게만 의지한다면 지도자가 바뀔 때마다 그 사회는 불안정해지는 것이다.
급변하는 시기일수록 지도자는 대중으로 하여금 현실을 현실 그대로 인식하게 하고 변화의 방향을 정정당당하게 밝혀주는 것이 지도자의 올바른 길이다. 역사의 좌표와 변화하는 방향을 똑바로 볼 수 있는 역사 의식을 지니려면 대중의 교양 수준이 높아져야 하며 대중이 올바른 역사 의식을 지니도록 하는데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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