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기능의 정상화 기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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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긴급조치 1호와 4호의 해제를 계기로 국회와 정당이 정상화되고 정치활동이 활발해질 움직임이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정당활동도 신민당의 총재선출에 따라 야당의 체제가 회복되었으므로 이에 대응한 여당활동도 적극화할 것으로 보여 어쨌든 민주헌정의 밝은 전망이 보인다.
이 시점에서 상기되는 것은 「드골」헌법이나 「바이마르」헌법은 정부를 이원적으로 구성하여 평상시에는 의원내각제로 운영하게 하고 국가긴급 시에는 대통령이 친정하는 체제를 취했었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평상시에는 정당정치를 기반으로 하여 민의를 의회정치에 반영하자는 것이고, 긴급시에는 국가적 위기의 극복을 위하여 국가원수인 대통령에게 권한을 집중해주자는 것이었다.
우리 나라의 현 헌법도 이 「드골」헌법이나 「바이마르」헌법과 비슷한 이원적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의원내각제적요소와 대통령제적요소를 아울러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평시에는 의원내각제적으로도 정치를 운영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제 긴급조치가 해제되었다고 하여 곧 평시체제로 전환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 우리의 지정학적 현실이기는 하나 긴급조치가 해제된 이상, 정상적인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것은 순리라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정부·여당간부들에게 『국회는 행정부에 대한 비판 및 견제기능을 살려 국회자체에 부여된 소임을 다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여당도 국회에서의 활동을 강화해야할 것』이라고 지시한 것은 이 같은 헌정운영의 정도를 지적한 것으로 보여진다.
사실이지, 국무총리를 비롯한 행정부 장관들은 국가통치행위를 보좌하는 기관으로서 대통령을 보필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들이 무사안일주의에 흘러 고위층의 눈치만 보고, 고위층에게 모든 결정을 기다려 그 지시만을 집행하고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할 경우, 대통령은 국가상징으로서의 국민통합기능을 다 할 수 없게될 것이다. 대통령 제하에 있어서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지위는 대통령의 행위를 보필·보좌할 뿐만 아니라 대통령을 대신하여 국민과 국회에 대하여 대통령에 대한 보필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다.
여당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여당 국회의원도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이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런데도 국회의원의 본분인 입법활동이나 정책비판기능은 성실히 수행하지 아니하고, 행정부의 시녀처럼 그들을 무조건 감싸주는 일이 있다면 이는 헌법이 정하고 있는 국회의원의 직분에 어긋나는 일이다.
행정부의 입법부가 맡은바 소임을 다하여 의원내각제의 묘미를 살린 정치를 행하는 경우에는 국민사이의 욕구불만도 민의의 대변기관인 국회라는 「채늘」속에 흡수되어 과격한 원외운동의 소지가 없어질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각자의 맡은바 소임을 다함으로씨 대통령이 국가안보나 평화통일 등 중요한 영도권을 우선하여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국민통합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보필을 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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