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메이저리그 밝힌 '동방불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한국과 일본의 타자들이 메이저리그를 뒤흔드는 함포사격을 시작했다. '빅 초이'최희섭(24·시카고 컵스)이 날카로운 타격으로 3루타를 터뜨리자 '안타제조기' 이치로(30·시애틀 매리너스)는 시원한 만루홈런으로 화답했다. 동양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는 데에는 투수가 최적격이라는 통념을 보란 듯이 비웃는 활약이다.

두 선수의 활약과 앞으로 최희섭과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 간에 벌어질 홈런 경쟁은 노모(LA 다저스)와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로 대표됐던 한.일 자존심 대결 2라운드로도 볼 수 있다.

19일(한국시간)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시범경기에서 두 동양인 타자의 화력시위가 펼쳐졌다.

먼저 방아쇠를 당긴 사람은 최희섭. 컵스의 4번타자 1루수로 출전한 최희섭은 4-1로 앞선 5회초 세번째 타석에서 매리너스 선발 프레디 가르시아의 4구째를 힘껏 끌어당겨 우익선상 3루타를 뽑아냈다. 가르시아는 지난해 16승(10패)을 기록한 매리너스의 에이스다. 최희섭은 1사 후 코리 패터슨의 홈런이 터져 홈을 밟았다.

최희섭이 기세를 올리자 이치로의 '맞불'이 이어졌다. 이치로는 6회말 1사 만루에서 타석에 등장, 컵스의 마이너리거 애런 스몰의 3구째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시범경기 2호째 홈런. 메이저리그에서 '오리엔탈 파워'가 위세를 떨치는 순간이었다.

최희섭은 이날 2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 시범경기 타율을 0.313에서 0.324로 끌어올렸다. 14경기에 출장해 34타수 11안타, 4타점.6득점.4사사구를 기록하고 있다. 이치로는 3타수 1안타 1볼넷. 컵스는 새미 소사.코리 패터슨.미드리 커밍스의 홈런포 등으로 10-8로 이겼다.

한편 '젊은 어깨' 봉중근(23.애틀랜타 브레이브스.사진)은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와의 경기에서 1이닝 동안 삼진 두 개를 잡아내며 최근 4연속경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6회말 러스 오티스에 이어 등판한 봉중근은 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섞어가며 잘 던져 메이저리그 개막 엔트리에 잔류할 가능성을 키웠다. 봉중근은 시범경기에 다섯번 등판해 8이닝 동안 7안타(1홈런), 4사구 4개, 방어율 2.25를 기록 중이다.

한편 봉중근은 이날 브레이브스와 2003년 연봉계약을 했다. 봉중근은 메이저리그에 갈 경우 30만달러, 마이너리그에 갈 경우 5만달러를 받는 스플릿 콘트랙트(상황에 따라 조건이 달라지는 계약)를 맺었다.

이태일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