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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미애의 줌마저씨 敎육공感

아이의 색을 보고 빛을 더해 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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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미애
네이버 ‘국자인’ 카페 대표

대개 부모들은 자녀에 대해 편견에 가까운 바람을 가지고 있다. 예슬이 부모는 “선생님이 좋다. 그러니 교대를 가라”고 말한다. 예슬이가 선생님이라는 말만 나와도 짜증이 나는데도.

 자식 이기는 부모가 있던가. 부모가 아이에게 바라는 색이 빨간색이라고 해도 아이가 결국은 좋아할 것이라고 믿지 말자. 파란색을 가진 아이에게 빨간색을 덧칠하려다 보면 그 색은 결국 보라색도 아니고 까만색이 되어버린다. 성인이 되어보니 까만색이 되어버린 사례가 내 주변엔 너무 많다.

 게임과 컴퓨터를 미치도록 좋아하는 예비 중1 아들에게 진지하게 물어보자. 컴퓨터 다루는 일이 정말 좋은지. 그렇다면 선린인터넷고등학교를 마음에 담게 해주는 것도 좋다. 정보통신과, 웹 운영과, 테크노경영과, 멀티미디어과가 있다. 아이를 데리고 학교 설명회에 데려가고 학교도 방문해서 본인이 생각하게 만들자. 어리다고 무시하지 말고 본인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부모는 제3자로서 그 생각과 고민 과정을 지켜보고 필요한 조언을 객관적으로 해주면 된다. 특성화고가 들어가기 쉽다고? 웃기지 말라. 입학하려면 조건부터 까다롭고 경쟁률도 높다.

 예비 중1 아들이 자신의 색을 알게 되고 꿈을 갖는다면 3년 열심히 공부할 거다. 본인의 색을 알고 빛을 발하기 위해서. 부모의 역할은 자녀의 색을 보고 빛을 더할 수 있도록 관련 학교를 찾고 설명회에 데려가며, 학교를 방문해 상담을 받게 하는 일이다.

 만화 좋아하는 아이들은 하남 애니메이션고등학교를 보자. 만화창작과, 애니메이션과, 영상연출과, 컴퓨터게임 제작과가 있다. 게다가 전국 단위 선발이다. 위에 언급한 두 학교는 취업 실적도 좋고 대입 실적도 좋고 유학도 가능하다. 스무 살의 나이에 대학을 안 가면 또 어떤가. 색과 빛을 제대로 가질 수 있다면 이런 아이들에게 대학은 그저 옵션일 뿐이다. 이처럼 아이의 색은 보고자 해야 보이고 색을 알아야 빛이 제대로 나도록 도와줄 수 있다.

 만일 아이의 색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냥 내버려두자. 언제가는 좀 흐리긴 해도 자신의 색을 보여줄 테니까. 아이의 색은 닦달한다고 나오지 않는다. 덧칠도 하지 말고 스스로 색이 나오기를 기다리자. 때로는 무지개색을 가진 아이도 있을지 모른다. 그걸 하나의 색으로 규정하려 하지 말자. 그 아이가 빛을 발하게 도와주면 세상을 경탄하게 만드는 오로라가 될 테니까.

이미애·네이버 ‘국자인’ 카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