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hi] 해설자 된 오노 "내가 도박사라면 안현수에게 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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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아폴로 안톤 오노(32·미국)는 여전히 한국인들에게 ‘밉상’ 캐릭터다. 그는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할리우드 액션으로 김동성(34)을 실격시키며 금메달을 따내 한국인들의 분노를 샀다. 오노는 2002·2006·2010년 겨울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4개를 따냈지만 과한 행동과 비매너 플레이로 수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오노가 이번에는 해설자 자격으로 소치 올림픽을 찾았다. 그는 지난해 4월 은퇴한 뒤 미국 NBC 방송의 쇼트트랙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해설위원으로 첫 올림픽을 맞는 그는 매일 쇼트트랙 경기가 열릴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와 그 옆에 위치한 스케이팅 트레이닝센터를 찾아 각국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있다.

 지난 8일(한국시간) 스케이팅 트레이닝센터에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훈련을 지켜본 오노를 만났다.

 오노는 소치 겨울올림픽이 “역대 올림픽 중 가장 흥미로운 대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중심에는 역시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있었다. 그는 “한국·캐나다·미국뿐 아니라 러시아까지 실력이 올라왔다. 뚜렷하게 떠오르는 팀이 없어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안현수 이야기를 꺼내자 오노는 곧바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올렸다. 오노는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당시 고등학교 1학년생이던 안현수와 처음 만났다. 이후 올림픽·세계선수권·월드컵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경쟁을 펼쳐왔다. 오노는 안현수에 대해 “좋은 체격과 성실한 훈련,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기량까지 갖춘 안현수는 많은 쇼트트랙 선수에게 영감을 주는 선수”라고 극찬을 쏟아냈다. 오노는 안현수의 올림픽 전망도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만약 내가 갬블링 맨(gambling man·도박사)이라면 500, 1000m에서는 찰스 해믈린(30·캐나다)이나 안현수에게 걸고 싶다”고 했다. 오노는 “내가 현역 때 같이 타 봐서 안현수의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안다. 500, 1000m에서는 정말 강한 친구다”라고 말했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팀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오노는 “어린 선수들이 많고 약하다 해도 한국은 언제나 좋은 전략을 갖고 좋은 경기를 해왔다”며 “훈련할 때 보니 선수들의 상태도 좋아 보인다. 어느 선수든 고르게 기량을 갖춘 게 한국 팀의 장점이다.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소치=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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