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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세계 인구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현재 세계인구는 20년 전보다 10억이 더 늘어난 39억에 이르고 있으며, 앞으로 10년 후에는 다시 10억이 더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서기 2천년께의 세계인구는 무려 65억으로 늘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있어서도 특히 개발도상국의 인구증가가 급속하여 75년에 28억으로 예상되고 다시 25년 후에는 세계인구의 80%틀 차지하는 50억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인구가 바야흐로 폭발적인 증가를 계속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지구공간과 자원은 한정되고 있는 데도 이처럼 인구가 가속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균형조건을 점차 잃어가 필경 파국적인 위기에 직면하게될 것임을 뜻한다. 이를테면 식량문제만 하더라도 세계식량농업기구(FAO)와 미 농무성은 인구과잉의 후진국들이 앞으로 10년 안에 연간 무려 7천만t의 식량공급 부족상태에 놓이게되어 세계가 일찌기 경험하지 못한 식량위기에 봉착하게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사태를 냉정히 인식한다면 인류는 지금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경고가 결코 과장일 수 없다.
이러한 인구위기의 인식은 마침내 「유엔」으로 하여금 올해를 「세계인구의 해」로 정하게 하였으며, 지난 19일부터 오는 30일까지 「루마니아」의 수도 「부카레스트」에서 세계인구회의를 개최케 하였다. 인류는 스스로가 돌이킬 수 없는 파멸상태에 이르기 전에 인구폭발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모색해야 하겠다는 자각의 산물이다.
그렇기에 1백 35개 참가국의 일원으로 우리도 이 회의에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부카레스트」회의가 세계인구의 위기를 더욱 절박한 것으로 느끼게 하는 것은 우선 그 의제부터가 종전의 여느 회의 때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이 회의에서 개진된 문제해결의 방법에 있어서도 종래와는 다른 적극성과 근원적인 「어프로치」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래의 인구문제와 해결방안을 주로 산아제한과 결부되는 기술론에 편향하는 흠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인구회의는 ①최근의 인구동태와 장래의 전망 ②인구변동과 사회경제발전과의 관계 ③인구·자원·환경간의 관계 ④인구와 가족 및 인권에 관한 문제 등을 의제로 삼고 있으며, 여기에 더욱 인구위기의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보전방법으로서 『세계인구 행동계획』의 채택을 논의할 것이라 한다. 세계인구가 내포하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보다 거시적으로, 그리고 보다 동태적으로 다루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따라서 이것은 종래의 기술적인 산아 제한론 만으로 인구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반성의 소치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런 뜻에서 「유엔」당국이 초안으로 마련한 세계인구행동계획은 매우 주목할만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각국 정부에 구체적인 숫자로 목표를 제시하여 인구정책을 권고한다는 것을 비롯하여 출산율의 인하에 관한 국가적 의무화와 출산증대를 가져오는 사회경제적 요인의 제거, 사회보장제도의 실시 등이 우선 그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행동계획이 세계 모든 나라에서 실천에 옮겨지기까지에는 아직도 여러 가지 난점이 남아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만큼 인구문제는 어려운 것이다. 이에 있어서도 특히 국가적 장벽과 국가간의 사회경제적 격차는 세계 인구문제의 세계적 해결을 곤란케 하는 것이다. 특히 인구문제를 세계적인 공동노력으로 해결하려는 방안이 가지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애로는 만일 그것이 강제적 성격을 띠게 될 때 결국 선진국의 이익을 위한 후진국의 인구제한을 강요하는 인상을 주기 쉽다는 점일 것이다.
사실 인구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후진국의 정치적 반발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세계 인구회의는 각국간의 자발적인 협력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그 성과를 크게 기대할 수 있다. 여기 한국의 인구정책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특히 우리의 경우 인구밀도가 세계적으로도 높다는 점에서 세계 인구회의는 우리의 인구정책에 대해 하나의 경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른바 가족계획 「프로그램」이 이미 벽에 부닥치고 있는 우리로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가를 이번 세계인구회의를 통해서 성실하게 배워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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